“첫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첫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 서정훈 기자
  • 승인 2019.01.16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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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태 4.16안산시민연대 사무국장

“산을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에 갔었는데, 세월호(4.16 안산시민연대 사무국장) 관련 일을 하면서부터는 산을 가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정이 우선이라 개인 일정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안산지역 60여개 단체들의 연대조직인 ‘4.16안산시민연대’가 출범한 2016년부터 줄곧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위성태(50) 사무국장은 안산·시화지역에서 노동운동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인천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군 제대 후 시화공단에 있는 회사를 다니면서 노동운동을 하다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2002년 ‘시흥안산 일반노조’를 만들어 활동하다 민주노총 안산지부 의장을 9년간 이끌어 왔다.

2013년 12월 말 임기만료로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자 휴식기에 들어간 위성태 사무국장은 이듬해인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이제 의장이 아니니 당신이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 4.16가족협의회 진상조사 분과에 참여하게 된다. 올해로써 세월호와 관련된 일을 한 지 6년째다. 이런 이유로 위성태 사무국장은 “사명감이나 당위성 보다는 운명처럼 왔다”고 말한다.

노동운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표현을 해야 하는 일인데, 4.16안산시민연대 활동은 드러내거나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아픈 사람 얘기를 들어주고, 아픈 사람 손을 잡아주는 일이 쉽지 않아요.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나 부족하게 느낄 수 있죠. 그럴 때 받는 상처가 있지만 그 상처를 드러낼 수 없고 그 일에 변명이나 해명을 못하죠.”

세월호 가족들이 처음에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격렬하고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시간이 흘러 훌륭한 활동가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에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는 위성태 사무국장. “고통과 상처에서 진상규명과 새로운 사회를 요구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가족들, 촛불혁명의 밑불이 되었고 분열 없이 국가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와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낸 가족들을 우리끼리는 ‘새로운 피해자 집단을 만들어 냈다’고 말합니다.”

생존한 학생들이 참사 100일을 맞아 안산에서 국회까지 1박2일 도보행진을 했을 때 인솔자로 참가했던 위성태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트라우마로 힘들어했죠. 행진도중 아이들이 밝고 환한 모습을 비칠 때 내가 있는, 내가 함께하는 의미를 알아 기뻤습니다.”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들었던 67일간의 촛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 전국적인 촛불 제안 등을 통해 5월 10일 안산 문화광장에 2만여 명이 참가했고, 이후 청계천에서 촛불이 타올랐고, 800여개 단체들이 전국적 단위의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곳에 4.16안산시민연대의 전신인 안산시민대책위가 있었다. “탄핵 촛불, 국민 촛불의 진앙지는 안산이었습니다. 특정사안에 회원과 단체가 5년 이상 공동으로 활동하고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지역의 역량 측면에서 대단한 일입니다.”

위성태 사무국장은 올해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가족협의회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하죠. ‘이다’가 아니라 ‘이어야 한다’는 거죠. 사회적 참사 진상조사위원회 2기 활동이 내년 11월 종료되는데 그 안에 진상조사가 완료돼야 하고, 올해가 진상조사의 원년이 돼야 한다는 의지입니다.”

안산시가 구성한 25인 추진위에서 화랑유원지에 생명안전공원을 조성하는 안을 다수의견으로 국무조정실에 올렸지만 여전히 일부시민들이 화랑유원지에 조성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2020년 총선을 앞둔 올해 안에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이 바라는 생명안전공원은 어떤 것인지를 설계지침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월호 참사가 우리사회에 던진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다각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한다.

이와함께 가짜뉴스가 활개치고 올바른 정보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열어 생명안전공원이 무겁고 엄숙한 곳이 아니라 여가를 보내는 축제공간, 꿈을 꾸는 컨셉으로 하는 공간임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위성태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 초기 보여줬던 첫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시민들께 호소한다. “세월호 참사는 입장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한집 건너면 알 수 있는 안산 전체의 일로 함께 보듬어야 할 일이다. 일상에서 세월호 배지나 노랑리본을 패용하는 것만으로도 유가족들이 ‘많은 사람이 잊지 않고 함께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받는다. 저희 같은 활동가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위성태 사무국장의 “첫 마음을 잊지 말아달라”는 말이 생각나 자동차 트렁크 위 유리창에 5년 전 부착해 놓은 노랑리본을 손으로 닦은 후 운전대를 잡았다.

서정훈 기자(visionan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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