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의 어느 날 안전한 청소년활동을 바라며
잔인한 4월의 어느 날 안전한 청소년활동을 바라며
  • 안산뉴스
  • 승인 2022.04.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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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겨울은 세상과 고통을 잊게 해주고 비축된 식량으로 조용히 연명할 수 있는데 봄은 세상을 깨워 시끄럽게 하고 욕망으로 혼란스럽게 한다는 의미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가 풍요로워졌지만 욕망이 현대사회를 어지럽게 하고 있으니 가난하지만 정이 넘쳤던 과거가 그립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시인의 의도와 다르긴 하지만 필자가 기억하는 가장 잔인한 달도 4월이다.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세월호 참사 때문인데 올해로 8주기를 맞이했다. 하나부터 여덟까지 셈을 헤아리는 동안 누구는 희미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한 기억이 4월을 더 힘겹게 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안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특히 청소년 활동에 전하는 메시지는 강력했다. 2014년 4월 이후 청소년 수학여행과 다양한 활동이 안전에 취약하다는 점과 안전을 위한 조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판단으로 청소년 활동 전반에 걸쳐 안전 점검과 제도 개선이 시행됐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안전한 수련 활동 여건 조성을 위해 청소년 수련 시설물에 대한 종합 안전·위생점검과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평가를 2년마다 실시하고 있고 시설은 매월 자체 안전 점검 시행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에 보고한다.

청소년활동진흥법의 경우 사전신고 의무제를 통해 숙박형 프로그램이나 참가인원 150명 이상의 수련 활동 실행 시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신고하도록 했고 수련 활동 인증제도를 정비해 산악스키, 래프팅, 집라인 등이 포함된 청소년 활동은 고위험군으로 묶여 사전 인증을 받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청소년 활동을 진정 안전하게 만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사전신고 의무제의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고 전의 서류를 꾸미는 과정이 신고 후의 과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없고 사후 안전을 확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수련 활동 인증제는 청소년의 활동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제도로 이 활동에 참여한 청소년의 활동 실적을 기록·관리하기 위함이 주목적인데 오히려 안전 강화를 목적으로 행정 절차만 복잡해져 청소년 활동이 위축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소년 활동이 ‘안전’을 토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해선 다양성, 창의성, 자율성, 주체성 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청소년 활동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사전신고 방식보다 위험 요소를 예측해 상황별 안전 지침을 마련하고 담당자가 안전 민감성을 가지고 지침을 준수하도록 해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험을 느끼는 주체는 청소년임을 명심하고 청소년 스스로 활동 참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일동청소년문화의집의 올해 운영 방향은 ‘안전한 지역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청소년 지원’이다. 안전이라는 단어를 우선 언급한 것은 모든 활동 기반에 ‘안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안전한 시설을 운영하며 청소년 활동을 펼쳐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실제 기관 내 안전 점검을 수시로 하고 있고 모든 청소년 활동의 시작을 안전교육으로 열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공동체와 청소년 안전망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고 청소년운영위원회와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안전의 대상인 청소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일동문화의집 앞에 활짝 핀 목련과 노란 개나리가 따뜻한 봄날이 왔음을 알린다. 겨우내 사라진 줄만 알았던 생명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처럼 ‘안전’ 기반의 청소년 활동이 8년 전 그날을 기억하며 활발하고 건강하게 펼쳐지길 바란다. 가장 잔인하다고 여긴 4월은 이제 가장 안전한 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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