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하나로 뭉치는 힘이 있습니다”
“문화는 하나로 뭉치는 힘이 있습니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2.07.12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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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산국악원 원장

‘경기민요’ 전공한 대표소리꾼으로 자리매김

안산국악원 ‘능길 논맴소리’ 향토소리 지정

경기도로부터 전문예술단체로 5년 전 지정

안산 지역 향토소리 발굴·전승·보급 힘

안산의 대표 소리꾼 이은미(40) 안산국악원 원장은 ‘경기민요’ 전공자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어릴 적 꿈이 대중가수였지만 현재는 민요 가수가 됐다.

학생 시절 특별활동 풍물놀이를 통해서 국악을 접했고 중학교 당시 민요를 배우면서 고교를 졸업하기까지 청소년기를 음악에 푹 빠져서 놀았다.

국악이 공부가 아닌 놀이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학 진학도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를 선택하게 됐다.

결혼과 함께 안산에 정착한 이 원장은 안산국악원 개원과 함께 안산시여성비전센터에서 민요와 장구 강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안산국악원 개원 이후 11년 동안 세월호 사건이 있던 해에 ‘세월아 가거라’ 첫 정기공연을 시작으로 ‘안산구경타령’ 등의 공연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 원장이 이끌고 있는 안산국악원은 경기도로부터 경기민요의 전승·보급과 국내외 공연은 물론 국악인 육성 등을 위한 전문예술단체로 5년 전 지정받기도 했다.

이어 올해 안산국악원이 ‘능길 논맴소리’를 ‘안산시 향토문화재 34호’로 지정받는 소리 실력을 인정받았다.

문화는 사람을 하나로 뭉치는 힘이 있으므로 전국 8도에서 모여든 시민들과 다문화까지 아우르며 지역 특성을 담아낼 수 있는 소리꾼 되고 싶다는 이 원장을 고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국악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초·중·고교를 모두 원주에서 졸업했다. 어릴 적 꿈이 대중가수였다. 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풍물놀이를 접하면서 장구와 꽹과리 등을 알게 됐다.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민요를 배웠다. 자연스럽게 고교로 이어졌다. 음악이 너무 좋았다.

가정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음악에 빠져 들어서인지 샛길로 빠지지 않고 청소년기를 잘 보내게 됐다. 대학 진학도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를 졸업하게 됐다.

민요를 전공하면서 ▲이춘희 ▲전숙희 ▲이유라 명창에게 ‘경기민요’를 사사받았다.”

-안산에 정착한 계기는.

“ 대학 졸업 후 강원 춘천에서 이유라 명창과 함께 활동하다가 남편을 만나면서 안산에 왔다. 안산에 거주하던 남편을 따라 2011년 활동무대를 옮긴 것이다.

안산에 정착하면서 안산시여성비전센터에서 민요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해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이전까지 활동했다.

안산 입성 1년 만에 안산국악원을 개원했고 안산시 시민소통정책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과 한겨례평화통일포럼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안산국악원을 개원했다.

“벌써 10년 전이다. 소리꾼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서 춘천에서 몇 년 활동하다가 가정을 꾸리면서 안산에 정착한 후 사회에서의 역할을 찾다 보니 소리 전수가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다. 무대에서 공연할 때나 장구를 칠 때 적당히 하지 못한다. 모든 무대에 최선을 다한다.

안산국악원을 개원하고 소리를 전파하면서 의미있는 공연을 펼쳤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첫 정기공연 ‘세월아 가거라’와 안산구경타령 ‘천년 안산 구경가세’ 공연이다.”

-코로나가 오기 전까지 안산국악원 정기공연을 꾸준히 무대에 올렸다.

“안산국악원 개원 3년 차인 2014년 첫 정기공연을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서 소리로 위로하고 위안받고 희망을 보고 싶어서 제가 지도한 안산국악예술단과 함께 ‘세월아 가거라’를 테마로 공연했다.

정기공연은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까지 매년 가졌다. 두 번째 정기공연은 ‘아리랑 노다가세’로, 세 번째 ‘안산의 소리 한국의 소리’, 네 번째 ‘안산별곡-소리로 만나는 우리의 안산이야기’, 다섯 번째 ‘천년 안산 구경가세’, 여섯 번째 ‘안산 국악으로 물들다’ 등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이후 정기공연을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기 공연 시 전통 국악 외에 안산 향토소리도 공연했다.

“매년 정기공연을 하면서 안산의 향토소리를 찾아서 공연하려고 노력했다. 세 번째 정기공연은 타이틀을 ‘안산의 향토소리’로 정하고 공연했다.

당시 무대에 올린 안산 향토소리는 ▲안산 성곡동 잿머리 마을 지경소리 ▲안산 둔배미 배치기소리 ▲안산 신길동 능길마을 농요 ‘논매는 양산도’ ▲안산 구경(九景)타령 등이다.”

-안산국악원이 경기도로부터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받았다.

“안산국악원이 개원 6년 만에 이룬 쾌거다. 2017년 2월이다. 안산 지역에서 6년 동안 노력한 내용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어서 기뻤다.

전문예술단체 지정은 기부금품을 자유롭게 공개 모집할 수 있고 세제 혜택과 함께 행정적인 지원과 기획사업 선정 시 경비 보조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대외적인 공신력도 높아지고 공연장이나 공공시설물을 대관할 경우 우선권도 있다. 안산국악원이 앞으로도 지역에서 자리매김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산국악원이 공연한 향토소리가 안산시 향토문화재로 지정됐다.

“‘능길 논맴소리’다. 안산국악원이 보유한 능길마을 농요(논매는 양산도와 얼럴러 상사디야)가 올해 4월 ‘안산시 향토문화재 제34호’로 지정됐다. 이현우 향토사학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능길마을 농요는 단원구 신길동 능길마을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농요다. 1995년 선소리꾼이던 김수옥씨가 타계하면서 맥이 끊어졌다가 2003년 최오진씨가 경기도민속예술제에서 당시 재연했으나 이후 맥이 다시 끊어졌다가 안산국악원이 재연한 것이다. 안산의 단절되었던 소리를 계승하고 전승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소리꾼으로서의 자긍심은 무엇인가.

“소리는 희노애락을 모두 담을 수 있다. 목소리로 가사 내용을 관객에게 연결하는 전달자 역할이 행복하다.

공연을 통해 소리를 전달한 후 관객이 감동받았다고 메아리가 전해질 때 행복이 배가된다.

전국 수백 명에 달하는 경기민요 전공자 중에서 안산을 대표하는 소리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자긍심도 갖고 있다.

안산은 전국 8도에서 이주해서 살고 있는 도시다. 거기에다가 다문화도시다. 지역을 잘 알고 다양한 도시 특성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대표 소리꾼이 되고 싶다.”

-안산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아쉬운 점은.

“안산에 정착하고 살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안산이 고향이 됐다. 5년 전 안산을 떠날까도 생각했었지만 아이들의 고향을 떠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지역에 문화다운 문화가 없어서다. 안산은 지역 고유의 문화가 없다 보니 도시가 늙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안산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아쉽다. 안산시가 하고 있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보면 고액 출연료를 줘야 하는 인기가수 초청 형태의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사가 대부분이다.

문화예술 정책이 지역의 전문예술단체 육성을 외면하고 이만큼 지원해줬다는 실적 위주의 박리다매 형식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이대로는 도시의 미래가 없다.

예전에는 안산이 대한민국의 아메리칸 드림이었다고 들었다. 현재는 80~90년대 눈높이에 머물러 있다.

안산은 아직도 외지인들에게 범죄도시, 환경오염도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재생도시로 변해야 한다. 아이들의 고향인 안산을 문화도시로 바꿔 놓고 싶다.”

-지역 문화예술인으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문화는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다. 문화는 하나가 되는 힘이 있다. 안산의 인구감소 원인이 부동산 가격 폭등이나 아파트 재건축도 이유가 되겠지만 문화와 교육환경이 빈약한 것도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다문화인들까지 모여 살다 보니 도시의 화합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화합하는데 문화 활동보다 좋은 것은 없다.

안산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문화도시 밖에 없다.

지역 문화에 열정이 있는 예술인은 물론 기업인, 시민들과 힘을 모아 삶의 질을 높여 나가고 싶다.

■이은미 안산국악원 원장은

이은미 안산국악원 원장은 강원도 원주에서 1982년 태어나 ▲원주태장초등학교 ▲원주북원여자중학교 ▲원주상지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에서 ‘경기민요’를 전공한 문화예술 전문가다.

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에 재학중인 이 원장은 ▲이춘희 ▲전숙희 ▲이유라 명창에게 ‘경기민요’를, 류인상 명인에게 사물놀이를 각각 사사받았다.

이 원장은 그동안 ▲전국 경·서도소리경연대회 일반부 금상(2003) ▲대한민국 여성전통음악콩쿨 일반부 은상(2005) ▲남원춘향국악대전 민요일반부 우수상(23006) ▲경·서도소리경연대회 명창부 대상(문화관광부장관상·2006) ▲대한민국 춘향 국악대전 민요일반부 최우수상(2014) ▲대한민국 춘향 국악대전 민요일반부 대상(국무총리상·2015) 등을 수상했다.

이 원장은 결혼과 함께 안산에서 2011년 둥지를 틀면서 안산국악원을 2012년 3월 개원함은 물론 아리랑 장구난타공연단을 이끌며 ▲경서도 민요 경연대회와 춘천국악원 민요 페스티벌 3년 연속 참가(2012~2014) ▲DMZ 양구 두타연 공연(2013) ▲안산국악원 송년음악회(2013) ▲안산국악원 1회 정기공연(2014) ▲안산국악원 기획공연(2015) ▲전국 경서도 강원소리 경연대회 참가(2015) ▲안산시립국악단 썸머콘서트 협연(2015) ▲안산웰컴투 시민예술축제 공연(2015) ▲안산국악원 2회 정기공연(2015) ▲국민대통합 아리랑 전국 순회공연(2016) ▲안산국악원 3회 정기공연(2016) ▲안산문화예술 협객열차 정기공연(2017) ▲국민대통합 아리랑 전국 순회공연(2017) 등의 공연을 펼쳤고 코로나19 감염증의 장기간 확산으로 활동을 잠시 멈췄다가 안산시 단원구 광덕동로 81(진성드림프라자 5층/(031)403-4812)에서 현재 민요와 장구난타를 후학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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