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근삿값의 날을 맞아
파이 근삿값의 날을 맞아
  • 안산뉴스
  • 승인 2022.07.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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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삼 (연대와 미래 경영)

얼마 전 한국고등과학원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을 받았다는 보도가 도배를 했었다. 평생에 하나도 못 푸는 난제를 혼자서 11개나 해결했고 4년에 한 번씩, 그것도 40세 미만에게만 주는 상, 그래서 수상하기에는 ‘수학만큼이나 어려운 상’인 필즈상을 받은 것이다.

노벨상에는 수학상이 없다. 그래서 필즈상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부르는데 따라서 허 교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명예로운 상을 수상했으며 수학 분야 최고의 권위자가 된 셈이다. 허 교수가 풀기 난해한 자신의 수상 가능성도 ‘대수기하 방정식’ 같은 것으로 풀어냈을까. 그것을 상상해보는 것은 호사가들의 몫이다.

허 교수의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많은 난제를 남기고 있다. 인간은 정3각형과 정4각형은 잘 그려내지만 정7각형이나 정9각형은 아직도 그리지 못하고 있으며 흔히 3.14로 알고 있는 파이를 끝까지 계산한 사람은 인류가 직립보행을 실현한 이래 단 한 명도 없다.

우선 정다각형에 대해서는 18세기 가우스라는 19세 청년이 나타나 정17각형의 작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지만 실제 그리지는 못했다. 원둘레와 지름의 비율을 원주율 즉 파이라고 한다. 이 비율이 얼마일까를 인류는 기원전 2000년경부터 계산해왔다. 호기심 많은 호모사피엔스는 처음에는 실제로 원을 그린 다음 지름을 잰 끈을 원주와 비교해봤는데 3바퀴 돌고 약 1/7이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22/7 약 3.142857을 파이로 정해 왔다. 3월 14일이 파이의 날, 7월 22일이 파이 근삿값의 날이 된 유래다. 아르키메데스는 작도법이 나오기 훨씬 이전 정96각형까지 잘게 쪼개 파이를 구했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파이와 거의 일치했다고 한다.

이 파이를 인간의 손으로 소수점 이하 707자리까지 풀어냈다는 소문도 있고 슈퍼컴퓨터를 활용해서 소수점 이하 5조개까지 계산해냈다고 기염을 토한 친절하기 그지없는 일본의 어느 회사원도 있었지만 아무튼 결론은 이 순환하지 않는 무한 소수 ‘파이는 지금도 계산중’이라고 말해야 한다. 허준이를 포함 수많은 수학자가 나왔고 그리고 우주에 위성을 쏘아대는 4차산업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다각형 일부와 파이 등은 미완의 영역으로 남아있는데 인간은 아직도 미약하다는 것을 적절히 입증하고 있다.

간단한 4칙 연산만 알아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사람들은 왜 수학을 공부할까. 우리는 논리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 그런다고 배웠다. 그래서 이과의 수학을 문과의 철학과 함께 모든 학문의 밑바탕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면 수학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직관’을 중시하는 문학에서 ‘수학 도사’가 많은 것은 그 이상에 있는 현상 중 하나다. 허 교수의 어릴 적 꿈이 문학인이었다는데 본디 내재한 문학적 DNA를 수학으로 완성하고자 했다면 그 노력은 틀림없이 본능일 것이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시인이 되려고 시도를 한 경력이 있으며 모든 일을 창의적으로 접근했다는 자세로 보아 언젠가는 허 교수도 훌륭한 문학 작품을 내놓을 것이다까지 상상력을 확장해본다.

김해경은 이공학도를 꿈꾸면서 직관으로 문학을 한 사람이다. 기상천외한 시를 남겨 감수성 예민한 중고등 소년이었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식민지 시대의 시인이다. 100년 전에 초현실성 작품을 시도했던 이공학도 문학인 김해경과 2022년의 수학자 허준이 교수를 염두에 둔 채 나는 오늘 도도하게 논리와 직관의 정서적 콜라보를 생각해보게 된다. 타인과 정서를 공유할 때 오는 기쁨, 수학이나 독서나 문학이나 정치나 모두가 같다.

허준이 교수가 초중고를 국내에서 다녔다는 이력서가 가슴에서 친숙하게 와 읽힌다. 말은 안 해도 김치와 숭늉을 좋아할 것 같고 분단에 아파하는 것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 공유의 면적이 넓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수학으로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였는바 이제 남은 것은 하나, 그 재주가 주로 모국 ‘한국’을 위해 쓰임되기를 빌어본다. 우리 편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천재 수학자 허준이 교수의 앞날에 큰 기대를 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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