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전일제’에 대한 생각
‘초등 전일제’에 대한 생각
  • 안산뉴스
  • 승인 2022.09.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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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늦여름의 태풍처럼 거센 논란을 가져왔던 교육부의 ‘만 5세 조기 취학’ 정책은 철회되었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사퇴했다. 그러나 교육 수장의 공석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은 ‘초등 전일제’ 전면 확대를 밝혀 또 한 차례의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초등 전일제’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초등전일제 학교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법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내용인 즉, 초등학교의 방과 후 과정을 오후 5시까지 운영하고 이후 돌봄교실에 교육 기능을 추가하여 오후 7시, 내년에는 오후 8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10월중 추진방안을 마련한 뒤 내년 시범운영을 거쳐 오는 2025년부터 전체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초등학교의 교육과 돌봄은 국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초등 전일제’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의 파동을 겪고서도 여론수렴 과정이 없는 일방적으로 제시된 정책이기에 정부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육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 되어 보인다. 특히, 현행 방과 후 과정에 대한 숙의(熟議) 없이 모든 초등학생들의 학교생활과 학부모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책을 충분한 여론 수렴과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방과 후 학교를 책임질 학교의 입장은 난감할 것 같다. 그동안 운영되어 온 방과 후 학교는 학생들의 특기 적성을 개발하는 프로그램보다는 철저히 학생들의 참여 수와 수익구조에 의존하여 강좌의 존폐를 결정되는 것이 문제점이다.

프로그램의 개설과 폐강을 두고, 벌어지는 학교 측과 강사들의 노무갈등도 만만치 않다. 또한 재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요구가 결여된 공급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교육공간은 일반 교실을 활용해야 하는 한계로 인하여 체험이나 실험 등의 프로그램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교실을 내어준 해당 교실의 선생님들은 본연의 업무처리와 정규 수업 준비마저도 여의치 않다. 당초 방과 후 학교의 본래 취지와 목표는 교육격차 해소, 사교육비 경감이지만 현실과의 괴리(乖離)는 큰 편이다.

돌봄의 경우도 그렇다. 보육 시설 운영과도 같은 돌봄 업무는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업무다. 돌봄 전담 배치가 확대가 되고 있으나 이 또한 노무갈등에 따른 부담이 여전하다.

그 나이대 아이들의 발달 단계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육의 시간만 늘린다고 해서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돌봄 문제는 학교 단독으로 책임지거나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돌봄의 대상인 학생들도 모든 학생들에 해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슷한 사회적 환경에 처해 있는 몇몇 아이들만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사회계층을 어릴 때부터 체득케 할 수 있다. 해당 학생들의 마음 다침은 물론이거니와 인권의 무시한 처사라 할 수도 있다.

초등돌봄을 복지라는 개념으로 보았을 때 학교에서 벗어나 정부의 관련 부처 간의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돌봄 전담 인적자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우 보장과 돌봄의 형태와 질에 대한 역량이 지원될 때,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이라 할 것이다.

초등 전일제학교 시행 주체에 대한 모호함도 확실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정책의 시행에 있어서 시·도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한다지만 양자 간의 역할과 책무가 구분되어 있지 않다.

이와 비슷한 정책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평생학습만 보더라도 결국엔 한쪽으로 치우치는 사례가 많아 운영을 주체로 하는 쪽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초등 전일제학교의 경우 교육청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여진다.

교육과 돌봄은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가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학교 교육에만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 양육의 중요성을 표현하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 아이들이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가정만의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며 사회의 총체적인 부문이 함께 연대하여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회의 총체적인 부문을 맡고 있는 정부 부처간의 긴밀한 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책임 있는 모습은 교육뿐만 아니라 복지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공론의 장을 열고 민주적인 합의점과 우려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중지(衆志)를 모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단초(端初)가 될 것이다. 교육부는 ‘초등전일제’에 대해 늦기 전에 계획에서부터 다시 한번 검토를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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