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말의 품격
  • 안산뉴스
  • 승인 2022.09.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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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승 대표기자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언어의 온도’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 서문 앞장에 내세운 말이다.

수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에세이집 ‘말의 품격’에서 이기주 작가는 사람마다 인품이 있듯이 말에도 언품(言品) 있다고 얘기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말을 의미하는 한자 ‘언(言)’에는 묘한 뜻이 숨어 있다며 ‘두 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을 열어야 비로소 말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이,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는데 그것이 ‘언품’이라는 설명이다.

곧 아무리 현란한 어휘와 화술로 외피를 둘러봤자 소용이 없고 스스로가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히 내가 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다.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은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오니 스스로의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역으로 엄청난 독이 되어 되돌아올 수도 있다.

누구나 말을 어떻게 밖으로 내보내야 할지 신중해야 한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만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그리고 순식간에 수십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침묵이 금이라는 속담까지 생겼겠는가.

안산시장애인체육회 모 사무국장이 최근 산하 기관 임원들의 자리와 관련된 말 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자리에 함께 한 인물들이 얼굴을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속내를 얘기했다는 당사자의 해명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산하 기관 임원 관계자들은 ‘쓰레기 취급을 당했다’고 언짢아하며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체육대회 입장식 후 차려진 만찬 자리는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자리였다는데 문제가 있다.

말 실수 당사자가 산하 기관 인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는 단 1%의 연관성도 갖지 않은 자리에 있는 인물이어서 더더욱 냉소적이다.

자치단체도 정권이 바뀌면 코드인사가 이루어져야 효율적인 시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음은 삼척동자도 잘 안다.

산하 기관 임원으로 재직 중인 그들도 일부가 물러날 의사를 표현했거나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도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상대방들을 배려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자신의 자리도 시간이 흐르면 비워줘야 하고 또 누군가가 새로운 인물이 채워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인사에 관한 일은 서두르지 않아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

우리 모두가 이번 일을 계기로 숙성되지 못한 말은 침묵만 못하다는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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