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공론’의 정치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공론’의 정치
  • 안산뉴스
  • 승인 2022.10.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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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뉴스 논설위원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변론을 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국회의 “잘못된 입법 절차로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검찰 본질의 기능을 훼손했다”고 말한 뒤 변론장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이 법률은 첫째,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범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잘못된 의도’로 만들어져 위헌이고 둘째,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본회의 원안과 직접 관련 없는 수정안 끼워넣기 등 ‘잘못된 절차’로 만들어져 위헌이며 셋째,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검찰의 헌법상 기능을 훼손하여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내용’으로 만들어져 위헌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만약 헌재가 이 정도는 앞으로 해도 된다”고 허용한다면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건 이런 방식의 비상식적인 입법이 다수당의 백전백승의 만능키처럼 쓰일 것”이고 이러한 것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궈낸 대한민국 국민은 이것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가질 자격이 있는 분들이다”며 이 주장의 목적을 각인시켰다.

다시 말해 한동훈의 변론 요지는 검수완박법이 ‘잘못된 의도’이고 ‘잘못된 절차’이며 ‘잘못된 내용’으로서 법을 지탱하는 합법성과 정당성이 모두 훼손되었고 이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합법성과 정당성의 두 개념을 살펴보면 합법성은 현재 실정법 체계에서 합치하는가 하는 ‘형식과 절차’적인 문제를 다루는데, 법 규범이 어떤 내용이든 무관하다. 이에 반해 정당성은 어느 법 규범이 과연 올바른 ‘내용’을 추구했는지의 문제로서 도덕적이며 윤리성을 추구한다. 즉 합법성은 형식과 절차적인 문제를, 정당성은 내용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합법성에 비해 정당성이 늘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것은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올바름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법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자연법, 관습법에 근간을 두고 찾는데, 이 또한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인식의 차가 있으므로 근대에 와서는 집단 구성원의 의지를 강조한다. 이것이 곧 ‘공론’이다. 미국의 정치평론가 리프만은 공론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이끌어 가는 힘의 원천이라고 했다.

공론은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제기된 문제를 좌충우돌, 논쟁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데, 이때 정치적 지혜가 비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의 법 감정을 대법관들이 감지하고 적용할 때 법의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그 성공적 사례로서 미국의 법이 공론에 기초해 성장했고 이에 따라 미국 국민들은 법을 신뢰하고 준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리프만을 말한다. 다시 말해 법을 준수하는 것이 자신과 사회에 유익하며 공정하다는 신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법의 정당성은 공동체의 의지가 담겨있는 공론에 근간을 둔다. 물론 어떤 의도를 지닌 주동자에 의한 몰이식 여론은 공론과 차이가 있다. 리프만은 시민 공동체 편익에 의한 공론과 권력가나 그 정치세력에 의한 의도적인 여론에 대해 공론이 아닌 중론으로 구분하며, 이것이 때로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니까 공론은 보통의 시민이 더 나은 것을 찾으려는 충돌의 산물이며, 팬덤 여론은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무조건적인 추종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주장 역시,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과 설득과정이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길이라고 한다.

맥락에서 지역에 또한 적용해 볼 수 있다. 시민이 느끼는 잘못된 것과 불편함을 제기하는 것에서 부터 ‘공론’의 시작되고 공론의 장이 자유롭고 편파성 없이 펼쳐질 때 정당성과 합법성이 인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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