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인생’은 자기성취의 인생의 황금기
‘제3기 인생’은 자기성취의 인생의 황금기
  • 안산뉴스
  • 승인 2022.10.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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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은 인생을 4기로 구분했다. 제1기 인생(the first age)은 ‘의존의 시기’로 출생에서부터 학업, 구직활동을 마무리할 때까지의 시기, 제2기 인생(the second age)은 ‘독립, 의무 및 책임의 시기’로 취업하여 결혼하고 퇴직까지 일하는 시기, 제3기 인생(the third age)은 ‘자기성취의 시기’로 은퇴 후 건강하게 생활하는 시기, 제4기 인생(the forth age)은 ‘또 다른 의존의 시기’로 건강이 쇠약해진 후 거동이 불편하여 타인에게 의존하게 되는 시기다.

각 단계의 특징을 살펴보면, 제1기는 교육받고 훈련받는 유아, 청소년 더 나아가 취업 이전에 청년까지의 시기로, 오늘날 취업 준비기가 길어지는 만큼 그 기간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제2기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시기로 직장에서 은퇴하는 나이가 되기까지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시기! 통상 결혼과 직장으로 대변할 수 있는 시기이다. 제3기는 노년기의 진입이라 볼 수 있다. 은퇴 이후 ‘자기성취의 시기’로 아름다운 삶을 영위(營爲)하기 위해 어떤 일을 즐기고 만족하는 시기로 취미활동, 공부, 사회봉사 등 보람을 찾아가는 시기다. 마지막, 제4기는 건강이 악화되는 시점부터 삶과 이별하게 되는 순간까지로 그 시기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즉 제3기가 노년기라면 제4기는 아픈 노년기라 볼 수 있다.

제1기부터 제4기까지 모두 중요한 시기이지만, 필자는 제3기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본다. 그 이유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의 시기가 늘어나고 있고, 초고령사회의 노년기 진입을 의미하며, 길어지는 노년의 시기를 건강하고 유익하게 보내기 위한 시기로 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3기 인생 설계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은퇴한 중장년층이나 노년기의 준비 과정에 있는 연령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여하는 것이 국가의 새로운 과업이 되었으면 한다. 이에 제3기 인생에 대한 사회적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2020년 기준 남자 80.5세, 여자 86.5세이다(통계청, 2021). 이는 은퇴 이후에도 약 20여 년이 넘는 시간을 노년기로 보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개인의 제3기 인생 설계에 대해 물어 본다면 자신 있게 설계하였다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산업사회, 자본주의 사회의 맥락으로 제3기에 접어든 노인(老人)은 더 이상 생산적이지 못한 존재로 사회적, 경제적 소외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그들의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의미와 역할을 간과한 채 말이다.

제3기 인생 설계는 생애에 거쳐 진행되어가는 긴 변화의 과정이다. 따라서 제3기 인생 교육은 그 이전의 시기인 중년기로부터 준비를 통해 서서히 옮겨가야 하며, 노년기 교육과 제3기 인생 준비교육이 완전히 독립된 별개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은퇴 및 노화는 일회성의 사건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경험하는 과정이므로, 제3기 인생 설계는 단기간 내에 완성될 수 없다. 일정 기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은퇴 및 노화 과정의 특징을 이해하고, 노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명확하게 인식하며, 새로운 인생 설계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 제공이 모색되어져야 한다. 즉, 제3기 인생기를 자립적이고 주도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교육이 요구된다.

전 생애에 걸친 학습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의 역할은 확대되고 있다. 대학은 최첨단의 교육시설과 우수한 교수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교육의 최적화 된 장소다. 지역 내에는 2개교의 대학이 있다. A대학교는 중장년층 대상의 성인학부를 개설하여 2023년 학위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고, S대학교는 올해 첫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고령사회에 대한 사회 구조적인 변화의 국가적 전략에 대한 참여이고, 평생학습사회로의 전환의 제도적 기반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A대학의 성인학부 학사과정을 살펴보면, 주로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학위 취득이 필요하거나, 단발적인 강좌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특정 분야에 대한 융합학과의 접목으로 취미, 또는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정치, 철학, 역사, 문화 등 성인학습자들의 학습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 깊이 있는 교육과정으로 구성했다.

이에 안산시에서는 성인학부를 단순히 대학의 책무로만 보지 말고, 성인을 위한 장학금 제도나 일자리 연계를 위한 정보 제공과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관·학이 함께 협력하여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 또는 노후 생활에 대해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모든 시민에게 노후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정보원(information source)을 소개하는 별도의 컨텐츠 및 매체 개발이 필요하다. 누구나 노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제3기 인생준비는 모든 시민이 실천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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