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전략도 ‘공론’을 못이겨
어떠한 전략도 ‘공론’을 못이겨
  • 안산뉴스
  • 승인 2022.10.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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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뉴스 논설위원

‘공론’은 공동체 편익을 위해 토론과 공방으로 합의된(조작되지 않은) 공통된 의견이다. 이것은 민주주주의를 이끄는 힘의 원천이다. ‘공론’의 중요성은 중국의 최초 통일국가 진제국에서 부터 발견된다. 550여 년의 전란을 종식시킨 진나라도 겨우 15년 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거대한 공간과 인구를 통치하기 위해 다양한 민족의 사상, 종교, 문화, 언어, 관습 등의 이질성을 법으로 표준화, 균질화를 시키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이 사회적 안정의 기초가 되기 위해서는 강제력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어야 했고, 이 합의의 원천은 곧 민심과 ‘공론’이었다. 즉 ‘공론’을 무시한 처사는 멸망을 초래한 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사건이 최근에 재조명되면서 미스터리가 풀리고 있다. 국방부는 당시 해수부 공무원 이씨가 어업 지도 활동 중 서해 최북단 해상에서 실종되었는데, ‘A씨가 자진 월북했고, 북측이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국민들은 이 뉴스를 접하며 왜?, 무엇 때문에?, 과연? 이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그러자 월북의 근거로 해상을 잘 아는 그가 도박 빚으로 가정불화가 생겨 구명조끼를 입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2년 후, 정권이 교체되자 석연치 않았던 사실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이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시계열별 분석이 중요한데, 지난 13일 감사원은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청와대 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5시 18분 국방부로부터 해수부공무원이 생존한 상태로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고, 안보실은 그날 오후 6시 36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해상 추락으로 추정, 북측이 실종자 발견’이라는 서면 보고를 하면서도 ‘최초 상황 평가 회의’도 하지 않고, 서훈안보실장은 오후 7시 30분쯤 칼퇴근, 국방부나 통일부는 서로 소관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그사이 죽음이라는 극한의 공포 앞에 몸부림치며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었을 해수부 공무원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었고, 그의 시신이 소각되자, 이를 오후 10시 보고받은 안보실은 그로부터 3시간 후인 새벽 1시에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 국정원장은 비로서 회의를 한다. 그런 후 바로 국방부는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 삭제, 국정원도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하며, 기자단에게는 통일부가 사건 최초 인지한 시점을 22일이 아니라 23일로 하기로 하되,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것으로 원 보이스(one voice)로 대응하고, 선박 CCTV에서 신발이 발견된 것과 지방에서 가정불화로 혼자 거주한 2가지 팩트를 알리라는 지침을 하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청와대가 주도한 관계 장관 회의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대응 회의가 아니라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된 행위를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하려는 회의였다. 국민이 문정부에게 속았다. 촛불집회로 전임대통령을 탄핵까지 몰아가며 정권을 이양해 줬건만 국민이 오판을 한 것이다. 우선 우린 여기서 질문을 던저봐야 한다. 첫째 왜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해수부 공무원을 구하려 하지 않았는가. 둘째,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었길래 북한엔 미온적 태도를, 자국민에겐 이를 은폐, 조작하며 전전긍긍 해야만 했는가. 국민의 대리권을 부여받은 권력이 주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숨겨진 저의를 실현하려는가. 그렇다면 그 저의는 무엇인가. 이 일개의 사건에서도 문정권이 추구하려던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 읽히는 듯 하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이 이념하에 좀 더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여 국민의 평안과 안정을 도모해 달라고 권리를 위임해 주었다. 그런데 지금 수사상에 드러나는 지난 정부와 관련된 사건들을 볼 때 아찔하다. 이 순간 민주당의 대부 이해찬전대표의 20~30년 장기집권론이 떠오른다. 현재 문정부의 집권 당시 의심스러운 사실들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검수완박 법안 통과의 개연성이 감지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권주자의 출현과 당선은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것은 수십년의 정치 공력과 치밀한 전략이라도 최고 권력자의 잘못된 의도는 국민의 ‘공론’ 앞에서 무참히 힘을 잃게 되는 게 정치 원리이다. 그것은 어느 시대나 역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 왔다. 따라서 권력을 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수장은 올바른 가치관으로 ‘공론’에 귀를 기우리자. 그렇지 않으면 단명한다. 진나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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