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없었고, 소방관은 있었다.
국가는 없었고, 소방관은 있었다.
  • 안산뉴스
  • 승인 2022.11.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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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필자는 매주 목요일 밤에 방영되는 SBS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의 애청자이다. 이번주 11일 방영된 주제는 2001년 서울 홍제동의 화재사고를 다뤘다. 20여년 전의 일이지만, 당시 뉴스속보로 접했던 그 사건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2001년 3월 4일 새벽 3시 45분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다세대 주택에서 집주인의 아들인 최씨의 방화로 인하여 현장에서는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1명이 큰 부상을 입은 대형 참사였다. 소방관들의 희생은 집주인 아들이 방화 후 도주한 걸 모르고, 화재 현장에 남아 있다는 가족들의 구조 요청에 의해 화마 속으로 재진입했다가 2층 주택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시작되었다. 서울 시내의 11개 소방서에서 출동한 구조대원 200여 명이 소방호수 대신 매몰된 동료 7명을 구하기 위해 삽과 망치를 들고,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벌여 7명을 모두 구조했으나, 이들 중 6명의 소방관이 숨을 거두었다. 이와 관련한 뉴스는 순직한 소방관들의 영결식까지 이어지며, 가슴 아팠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사고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비극적이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소방공무원들의 근무환경과 처우에 대해 알게 되었고, 국가가 소방공무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그 민낯도 우리는 목도(目睹)하였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는 고귀한 직업을 이렇게 예우하는가? 소방관들이 소방장갑을 지급받지 못해 자비로 소방장갑을 사고, 방화복이 비싸다는 이유로 황당하게도 방수복을 입고 화재를 진압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다. 또한, 부상을 당하면 자비로 치료를 하고, 청구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경찰병원, 국군병원과 같은 전담병원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방공무원 한 명이 책임져야 할 국민은 2,000명에 달하고,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24시간 2교대 근무를 서야 한다. 이와 같은 격무는 현재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개선이라는 것이 홍제동 사건을 전후로 비교했을 때의 개선이고, 앞으로도 개선해 나아가야 할 것이 많다고 한다.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온 국민 서명운동에 서명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통합전환은 현실화가 되었다. 불과 2년 전인 소방본부의 관할이 광역지자체의 부단체장 소속에서 단체장 직속으로 변했다는 것과 신분이 지자체 소속 지방직에서 지자체 소속 국가직으로 변했다는 것 말고는 조직상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예산도 중앙정부가 광역지자체에 내려보내면 이를 집행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소방복합치유센터는 2024년 개원 예정이고, 각 지역 소방트라우마센터 설립은 요원(遙遠)한 상황이다.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용산소방서 최아무개 서장과 지휘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우리는 모두 보았다. 현장에서 브리핑하던 최서장의 마이크 든 손 떨림을 보았고, 서울시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최서장을 실황중계로 보았다. 또한 핼로윈 축제가 염려되어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비상대기해 있던 최서장을 피의자 신분전환이라는 뉴스 보도는 실제 책임져야 하는 고위직 공무원과 이를 방기(放棄)하는 정부에 대한 질타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꼬꼬무’ 에피소드는 소방공무원을 경시했던 국가의 무책임을 꾸짖기라도 하듯 방영한 것이 의도했든, 우연이든 시기적절했다고 본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할 말이 참 많다. 하지만, 그 말을 모두 다 쏟아내기엔 먹먹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국가의 재난대응시스템의 개선과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 개선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 이태원 참사까지 국민의 재난현장에는 늘 소방관이 있었다.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국가는 책임을 다했는가? 그 순간 어떤 역할을 했는가?’라고 묻고 싶다. 어쩌면 책임을 면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사회적 관념이 무지한 나의 선입견인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는 ‘국가는 없었고, 소방관은 있었다.’

그들이 희생자들을 살피고 보듬어 주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소방관을 지키고 보듬어 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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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1 2022-11-17 18:09:26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