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려무실(萬慮無失)의 자세
만려무실(萬慮無失)의 자세
  • 안산뉴스
  • 승인 2022.11.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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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지난달 이태원에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가 최근 우리를 너무 힘들고 아프게 했다. 단순한 사고를 넘어서는 거대한 참사가 발생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 비극적인 참사 속에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주변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또한 더 이상의 희생 없이 부상을 당한 분들이 완쾌되길 기원하며 글을 시작한다.

지난주 일동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재난안전 대비 및 대응을 위한 교육이 있었다. 청소년시설에서 청소년프로그램으로 청소년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우리 기관에서 안전은 그 모든 것의 최우선이다.

따라서 매일 시설을 점검하고 매달 1회씩 그 결과를 정리하여 해당 주무부서에 제출하고 있으며 응급처치교육, 산업안전보건교육 등을 때에 맞게 수료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안전에 대한 사례와 대비책을 듣기 위해 안전 전문가를 초빙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교육은 재난을 이해하고 특성을 살펴보는 것과 함께 재난에 대한 자세를 깨우는 시간이었다. 자연재난과 시설재난, 인적재난 등의 재난의 종류와 상황별 대비책을 알아보고 재난대피 및 생존계획을 세우며 자위소방대 운영에 대한 점검도 꼼꼼히 이루어졌다.

특히 재난의 특성은 안전사고 대응과 비상상황 대처를 위해 파악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소다. 크게 3가지 특성으로 분류되는 재난의 특성을 살펴보면 이렇다. 뜻밖의 사고가 아닌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위험요인들이 특정한 시점에서 표출된 결과라고 보는 ‘누적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상호작용되어 발생된다는 ‘복잡성’, 모든 재난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 ‘누적성’이라는 단어는 ‘하인리히 법칙’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1920년대 미국 한 보험회사 관리자였던 하인리히(H. W. Heinrich)는 7만5천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해 본 결과 아주 흥미로운 법칙 하나를 발견했다. 이 법칙은 산업재해 중에서도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실제 부상을 당하진 않았지만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 법칙을 1:29:300의 법칙 즉,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부른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어떤 상황에서든 사소한 오류나 문제를 신속히 발견해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초기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작은 사고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연쇄적인 더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1029참사를 비롯한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등 참사의 공통점을 확인해보면 역시나 하인리히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특이점이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벌어지는 수십번의 경미한 부상과 수백번의 무상해 사고와 징후를 제때 감지하지 못한 대가가 큰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참사의 결과는 모두 우리에게 사고 이후 어떻게 대비해야 하고 반응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법과 제도, 정책이 정비되고 생활 속 안전지침도 안전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안전 전문강사는 강의를 마치며 만려무실(萬慮無失)의 자세를 소개했다. ‘만려무실’이란 “모든 일을 만번 생각하고 실행하면 실패가 없다”라는 말인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부터 안전에 대한 자세를 바로잡고, 여러번 생각하며 안전을 바라보면 실수없이 시설을 운영하고 청소년활동을 실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론 이론의 개념과 내용을 안다고 재난과 재해를 100%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안전지식과 깨어있는 안전의식이 있다면 재난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그런 믿음으로 나부터 안전을 생각하고 깨어 움직이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이 글을 마주하는 여러분에게도 그 생각이 온전히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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