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해설사’ 양성과정을 마치고
‘우리마을해설사’ 양성과정을 마치고
  • 안산뉴스
  • 승인 2022.11.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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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수 일동 주민자치회 공동체복지분과장

지금부터 약 20여 년 전 가깝게 지내던 한 이웃이 안양으로 이사를 간다고 인사를 왔다. 이유는 새로 생긴 도시라 보고 배울 것이 별로 없고 교육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때 내가 ‘우리마을해설사’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아무말도 못하고 멀뚱멀뚱하지는 않았을 텐데...

사실 그 때만 해도, 아니 요즘도 ‘안산’하면 흔히 공단 배후도시 또는 외국인이 많은 다문화도시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저력 있는 도시라는 걸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니 몰라서 그렇다.

안산은 선사시대부터(신길동 신석기유적-국립중앙박물관에도 유물이 전시되어 있음) 바다를 끼고 있어 물산이 풍부하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

삼국시대에는 바다를 조망하는 위치로 말미암아 삼국이 서로 탐을 내던 곳이기도 하며(일동-성태산성), 고려시대부터 남양만을 지키는 군사 시설이(별망성, 목내산성, 성곡산성) 있었으며 잿머리 포구와 별망성을 중심으로 중국 교역이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초지동의 초지영은 조선 효종 때 강화로 옮긴 지금 강화 초지진의 원조다)

또 육지와 바닷길로의 교통이 좋아 물자와 문물의 이동이 많았고 부자들도 많이 살았다. 고려시대 안산김씨 김은부가 현종의 장인이 되면서 그 딸이 왕비가 되어 세 명의 왕(덕종, 정종, 문종)의 외향이 됨으로 작은 고을임에도 안산군을 유지하였고 그에 따라 관아와 향교가 설치되어 조선 정조 때 화성 행차를 가던 정조대왕의 어가가 하룻밤 묵어감으로 안산 행궁이라 불리기도 하였다.(안산동-안산읍성 복원함)

正祖大王의 御製 詩 (정조대왕이 안산 행궁에서 남긴 시)

地勢盤如萬朶蓮 (지세반여만타연)-지세는 만 송이 연꽃처럼 서려 있는데

尋常魚蟹不論錢 (심상어해부논전)-물고기와 게는 너무 흔해 돈으로 논하지 않고

生居最說安山好 (생거최설안산호)-살아서 거주하는 곳 안산이 가장 좋다고들 하는데

況復穰穰大有年 (황복양양대유년)-벼까지 잘 여물어 크게 풍년이 들었음에랴.

안산은 또 오래전부터 교육을 중요하게 여겨왔으며 새로운 문물과 학문을 일찍부터 받아드리고 발전시켜 왔다. 조선 시대에 전국에 만권을 가진 서고가 네 곳 있었는데, 그 중에서 두 곳이(부곡동-청문당, 경문당) 안산에 있을 정도로 학문연구와 교류가 왕성했던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1899년에는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안산 공립 소학교(현 안산초등학교)가 생겨나기도 했다.

조선 후기는 실학사상을 연구하던 성호 이익 선생이 첨성리(일동)에 살며 많은 실학자들을 양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 언어, 천문, 지리, 역사, 경학, 의학, 예학 등의 분야에 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의 학풍은 안정복, 이가환, 이중환, 정약용 등에게 계승되어 실학사상이 전해지게 되었고 그의 묘역과 성호박물관은 일동에 있다.

시·서·화에 능했던 표암 강세황 선생과 그 제자인 단원 김홍도 선생은 안산에서 기틀을 닦고 조정에 나가 새로운 예술과 풍속화를 개척했다.

근대에는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채영신의 실제 인물인 최용신 선생이 있었는데, 1931년 샘골(지금의 본오동)에서 농촌 지도교사로 농촌계몽운동과 민족의식 고취를 위하여 헌신적인 활동을 하다가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여 본오동 상록수공원에 그 묘소와 기념관이 있다.

그 외에도 안산은 한양에서 가까운 지리적 특성으로 왕족들의 묘역과 충신, 효자, 열녀의 정문이 많이 있고 4개의 대학과 문화시설들, 그리고 자연환경이 훌륭한 공원이 많이 있어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마을해설사’ 양성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이며 나 스스로도 자부심과 애향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희망하기는 안산으로 전입해오는 주민과 다문화인들,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과 마을에 대해 잘 모르는 청소년과 어린이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문화 생태 자원들도 접하기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들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접하므로 애향심과 정주의식을 가지고 자랑스럽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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