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 수리실길’을 아시나요!
‘일동 수리실길’을 아시나요!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2.11.30 10: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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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주민자치회·안산시평생학습관 콜라보로 숨겨진 명소찾기 ‘쾌거’
농촌계몽과 독립의 꿈으로 안산 샘골교회~군포 둔대교회 이어준 길
반월면 당시 갯벌 나문재·함초 뜯고 해산물 이고 지고 넘나들던 고개
지역의 산악자전거 라이더들 수리산 임도 갈 때 수리실길 넘어 다녀

안산이 천년 역사를 가졌다고 홍보하고 있는 가운데 일동 성태산 일원을 가로지르는 ‘수리실길’의 스토리를 찾아내 화제다.

‘수리실길’을 찾게 된 계기는 일동주민자치회 공동체복지 분과 변요수 위원장이 안산시평생학습관의 ‘숨겨진 명소찾기’ 학습과정에 참여해서 발굴한 결과물을 마을에 넘겨 안산시평생학습관과 일동 주민자치회(회장 오병철)가 콜라보로 진행한 결과물이다.

‘다같이 돌자, 잊혀진 옛길 수리실길을 찾아서’ 슬로건으로 진행된 숨겨진 명소찾기 프로젝트는 이달 23일 오후 2시 일동 행정복지센터에 모여서 일정이 시작됐다.

안산뉴스는 천년 안산 역사의 정기가 스며든 옛길을 답사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하기 위해 당일 동행 취재했다.

수리실길을 현장 답사하기 전 일동 주민자치회와 안산시평생학습관은 각각 참가 신청을 통해 안산 시민과 일동 주민 20여 명을 모집했다.

수리실길 답사를 협력 기획한 두 기관은 동영상으로 제작된 내용을 참가자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사전에 배포했다.

수리실길 관련 영상은 “길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로다.”라면서 “안산도 끊임없는 도시개발과 도로 개설로 옛길들이 거의 다 사라져서 불과 50~60년 전 이야기도 알기 어렵지만 다행스럽게 마을의 80~90대 어르신들로부터 수리실고개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소개한다.

일동 마을에 ‘수리실 어린이공원’ 이름에 있어 호기심에 ‘수리실’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는 변요수 위원장은 노령의 주민으로부터 수리실길은 “6.25 전쟁 전·후까지도 현재의 군포 쪽 사람들이 안산 갯벌의 나문재나 함초를 뜯고 게나 망둥어를 잡으러 다니고 안산의 새우젓, 조기 장수들이 해산물을 이고 지고 넘나들던 고개였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변 위원장은 “일동 마을에 ‘수리실 어린이공원’ 이름을 보고 동막골, 선학골, 구렁골, 석삼말은 들어봤지만 수리실은 처음이라 궁금하던 차였다.”며 “수리실길을 발굴하게 된 동기였다. 다른 지방의 경우 수레가 다니던 고개나 물이 흐르던 곳이라는 뜻이 있지만 안산의 수리실고개는 ‘수리산 자락의 고개길’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별다른 안내 표지판이나 이정표도 없는 길을 마을 어르신들의 증언에 의지한 수리실길 답사가 시작됐다.

일동 행정복지센터 마을활력소 산마루실에 모인 수리실길 답사단은 주의사항을 듣고 일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출발 전 기념촬영 후 도롱구롱숲~수리실길~반월호수~군포 둔대교회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일동 마을길을 지나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과 월강사 진입로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수리실길로 접어드니 산의 나무들에서 품어내는 피톤치드로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그 자체였다.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뒷길을 따라가다 고개길 중간 지점에 다다르니 병원 건물 뒤편에 ‘도롱구롱 생태숲’과 작은 연못이 나온다.

하지만 ‘도롱구롱’은 ‘도롱뇽과 개구리의 합성어’라는데 올해 너무 많은 비로 토사가 쌓여 연못과 도랑이 막혀 서식지를 잃은 도롱뇽은 어디론가 모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다.

도롱구롱 숲의 환경이 하루속히 복구되기를 기대하며 고개를 돌려 보니 ‘성태산성’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성태산성은 삼국시대 서해안 교역의 요충지를 방어하기 위해 6세기경 신라가 쌓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표지판에 따르면 “성태산성은 삼국시대 중국과의 교역을 위한 요지로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인접하여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해발고도는 160.7m, 총길이는 372m, 성내부 면적은 8천400㎡, 축성연대는 6세기(신라시대)로 추정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성태산성 표지판을 지나 낙엽을 밟으며 수리실길을 따라 고개마루를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길을 안내해주는 표지판이 반긴다.

이 수리실 고개는 안산 시민 중 산악자전거 타는 분들이 군포 구역 수리산 임도나 속달동 쪽으로 자전거를 타러 갈 때 넘어 다닌다고 한다.

수리실길의 능선에 다다르니 ▲수암봉 정상 ▲한국가스공사 안산지사 정문 ▲반월저수지 ▲월강사와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방향 사거리 길이 연결된다.

고갯마루에서 정면으로 내려가면 반월저수지가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너구리산이나 수암봉, 오른쪽으로 가면 안산대나 한국가스안전공사 안산지사 정문으로 갈 수 있다.

수리실길 고갯마루에서 한숨을 돌리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면 좁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일동 어르신 증언에 따르면 예전엔 수레도 다닐 정도로 넓은 길이었다. 사람들이 이용을 안 하니까 좁아져 버렸다. 이러다가 길이 아예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슬픈 일이다. 옛 선인들의 이야기가 길을 따라서 이어지는데 길이 끊어지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해줄 도구가 사라진다. 그래서 수리실길을 조금이라도 넓히고 길가에 나무라도 심으면 옛 소설에 자주 나오는 옛길을 재현할 수 있겠다.”는 변 위원장의 생각이다.

내리막길 옆의 농작물은 이미 수확했고 초겨울로 접어드는 시기에 낙엽이 떨어져가고 있는 나무들이 수리실길 답사단을 맞이하면서 산 아래 부분에 다다르니 교각 위 도로가 보인다. 바로 서해안 고속도로 매송 방향 도로다. 그 앞으로 KTX 철로가 지나고 있다. KTX는 옛길을 따라 걷는 여행자의 눈에도 속도감이 느껴지지만 느린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무언가에 쫓기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 같기도 하다.

안산 구역을 지날 즈음 반월호수 제방 삼거리가 나오고 전봇대에 ‘수리실고개길’을 안내하는 표지판도 눈에 띈다.

반월호수 제방 아래쪽으로 가면 반월동이나 팔곡동으로 내려갈 수 있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군포 속달동이나 대야미를 지나 군포까지 갈 수 있다.

수리실길 답사단은 반월호수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후 잘 만들어진 둘레길을 따라 군포 둔대교회로 향했다.

둔대교회가 위치한 반월호수 앞 군포시 둔대동의 옛 지명은 반월면 둔대리였다. 군포 둔대동은 행정구역 개편 전까지 안산으로 편입된 현재 반월동과 같은 마을이었다.

반월면 시절 같은 행정구역이었던 안산 샘골교회와 군포 둔대교회가 수리실길을 통해 이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반월호수 근처의 군포 둔대교회에 도착하니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 최용신 선생의 이야기와 흔적이 발견된다.

기독교 대한감리회 둔대교회 역사 자료에 따르면 “군포시 둔대동 434에 자리잡고 있는 둔대감리교회는 샘골교회에서 약 4Km 거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최용신 보다 30여년 먼저 농촌계몽운동을 전개해 샘골교회와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둔대교회와 샘골교회는 감리교의 같은 구역에 속해 같은 목회자가 관리했고 둔대에서는 샘골을 ‘고개너머’라고 불렀고 가까운 거리로 느끼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어 “샘골교회가 있는 자리는 둔대교회 교인이었던 박용덕씨가 당시 수원군 반월면 사리 475번지 1천52평을 기증했다. 샘골교회 최용신 선생의 농촌계몽운동과 3.1 독립운동의 시발점은 둔대교회다.”고 소개하고 있다.

수리실길 탐방을 안내한 변 위원장은 “농촌계몽운동을 위해 1931년 서울에서 내려와 군포역을 이용하던 최용신 선생은 어디서 지역의 정보와 도움을 받았을까? 30년을 먼저 시작한 둔대교회 야학일 것으로 추정된다. 군포 둔대교회는 최용신 선생이 활동했던 안산 샘골교회와 같은 지방에 속하고 고개 너머 교회와 서로 왕래하며 성도 간 혼인도 하고 공동 예배도 드리며 함께 교류했다고 한다. 넘나들던 고개가 바로 수리실고개라고 추정된다.”고 전했다.

변 위원장은 “최용신 선생이 당시 반월면 사리 바닷가 지역에 계몽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껴겠지만 예배당은 비좁고 야학을 새로 지을 땅도 돈도 없었다. 당시 수원의 독립운동가 염석주 선생의 권유로 둔대교회의 박용덕씨가 땅 1천52평을 기증하고 주변에서 건축비를 후원해 현재의 본오동에 샘골학원을 세울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용신 선생이 샘골 강습소를 세우고 활동하던 배경에 둔대교회와 수리실길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리실고개 발굴을 통해 배고픈 시절 사람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게를 잡거나 나물을 뜯으러 넘나들던 애환의 고개로만 알았다가 이면에 숨어있는 농촌계몽정신과 독립의 꿈을 이어가던 귀한 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수리실고개는 민생길이자 계몽길이다. 천년 고도 안산의 역사를 찾기 위해서는 상록수 최용신 선생과 샘골교회는 물론 부곡동 청문당과 만권당의 역사를 찾아내 스토리텔링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안산 지역 내 25개 동의 옛길을 찾다 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길이 찾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변요수 위원장은 “길이 있는 곳에 이야기가 있고 그 길을 따라 역사는 흐른다. 일동 주민자치회 공동체복지 분과와 안산시평생학습관이 힘을 모아 수리실길을 발굴했다. 수리실길의 스토리를 찾았으니 테마화해서 안산 시민과 인근 도시 주민들의 힐링명소로 만들지, 버릴 지 여부는 안산시장과 관련 공무원, 의회의 몫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일도 아닌 만큼 관련자들이 숨겨진 명소를 제대로 정비하고 홍보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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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4-01-18 12:47:29
숨어 있는 역사의 오솔길 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