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소비자시민모임’ 소비자를 변화시키다
‘안산소비자시민모임’ 소비자를 변화시키다
  • 여종승 기자
  • 승인 2022.12.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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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옥’ 안산소시모 대표가 1992년 설립 후 30주년 맞아
전국 최초 자원 절약 차원 ‘교복 대물려주기 운동’ 펼쳐
주유소 조사평가로 ‘안산 베스트 주유소’ 인증 계기 마련
고기정량조사로 ‘음식점 고기 양·가격표시 기준’ 법제화
평생교육 ‘소비자정보대학’으로 소비자운동 새 지평 열어

안산지역 소비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출발한 ‘(사)안산소비자시민모임(대표 공정옥, 이하 안산소시모)’이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안산소비자시민모임은 공정옥 대표가 30년 전인 1992년 ▲안전성 ▲투명성 ▲지속성이라는 3가지 큰 활동 축을 근거로 자발적인 소비자운동을 통해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출발했다.

안산소시모는 소비자운동에 무관심하던 황무지 안산에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합리적인 소비의식과 녹색 소비도시로 발돋음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시모는 30년 간 ▲유통기한 조사 ▲쌀·고기 등의 정량조사 ▲교복 대물려 쓰기 ▲유류가 조사 ▲소비자 대상 표준기술 세미나 등을 통해 최종 소비자를 위한 실질적이고 실익을 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현재 소비자교육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장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동영상과 연극, 인형극으로 기획 제작해 계층별 소비자교육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현장방문 피해 예방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공정옥 ‘공정’한 소비자운동을 시작하다

소시모 공정옥 대표는 시작 당시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과 당시 반월신협 이사장이었던 고 이건우 선생의 권유로 소비자운동을 시작했다.

그 당시 유통센터에서 쫓겨나 반월동 남편의 지인 사무실 한쪽을 사용하며 시작했지만 회원과 재원이 없어 몸과 열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깨닫고 제대로 된 교육과정도 없이 출발했다.

공 대표가 소비자 관련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한 통의 전화 때문이다. 젊은 신혼부부가 가구를 구입했는데 하자가 생겼음에도 AS를 해주지 않아 울며 전화를 했었다. 신혼부부를 돕기 위해 당시 구입한 대리점에 전화하지 않고 본사 사장과 직접 통화를 하고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면서 보람된 일임을 깨달으면서 소비자운동을 시작했다.

개인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을 ‘(사)소비자시민의모임’ 이름으로 해결하고 나니 위력을 느끼면서 이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봉사하는 일임을 새삼 깨달으며 헌신하게 됐다는 공 대표의 귀띔이다.

유통기한 조사, 식품 판매 경종 울리다

소시모가 제일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은 ‘식품 유통기한’ 조사였다. 1992년의 안산은 지금과는 달리 농어촌이나 다름없었다. 소비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었고 소비자의 권익과 주권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 실정이었다. 공단 배후도시로 조성된 안산은 개발 중이었고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은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근로자들의 가족이었기 때문에 중·저 소득층이 많았다.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대처 방법도 몰랐고 가공식품들은 할인매장에서 싸다는 이유만으로 유통기한이 10일에서 100일 지난 식품들이 길거리 할인행사를 통해 경쟁하듯 구입하는 상황이어서 안산 소비자의 안전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소시모는 유통기한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간담회와 토론회, 지역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유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기업 제조회사와 매장 업주, 소비자와의 토론을 통해 소비자 제안 회의를 가졌다.

그 결과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폐기 처분하고 기업에서 교환함과 동시에 매장에서 유통기한을 철저히 지키기 시작했고 소비자 대상 교육으로 권익 보호와 주권 확립을 강조했고 일반 시민을 위한 소비자운동을 시작했다.

전국 최초로 ‘교복 대물려 주기’ 시작하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전국에 10개 지부를 두고 각 지부가 국가 차원의 소비자운동을 동시에 진행할 뿐만 아니라 각 지부의 특색과 기획 의도에 맞게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산지부는 1998년 IMF 상황 속에서 자원을 절약하고 아껴쓰기 운동의 일환으로 선배가 후배에게 ‘교복 대물려주기’를 마련했다. 이 행사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과 연계해 7천여 명의 소비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성과를 거뒀다.

IMF 경제위기 속에서 학부모의 고발 상담에서 울먹이며 두 딸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보내는데 교복이 한 벌에 60만 원으로 둘을 보내려면 120만 원이 없어 도저히 학교를 못 보내겠다며 천이 얼마나 든다고 그렇게 비싸게 받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업체를 고발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너무 속상해서 울분을 참지 못하는 어머님의 상담 전화를 받고 이것도 소비자 문제라 생각해 당시 긴급 운영회의를 열고 자문을 구한 결과 선배가 후배에게 교복을 대물려주는 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짧은 기간 준비를 거쳐 1998년 2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안산중앙초 넓은 체육관을 무료 대관해 학교별로 교복진열과 운동복, 운동화, 참고서, 학용품 등 학생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학교마다 방문 수거했다.

교복과 물품 수거는 한양대 환경공학 대학원생, 안산시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해줬고 학부모들은 교복을 학교별로 구획 분류하고 진열하는 일을 도왔다. 학부모 회원들이 행사 기간동안 판매까지 열심히 해줘 큰 성과를 거뒀다.

당시 운영위원장 임희규 안산대 교수, 한양대 배우근 교수, 강석후 교수, 김정림 교수, 강경우 교수, 안산신문사 조원칠 회장, 안병선 초대 안산교육장, 이필상 이사장, 우종설 병원장, 주동현 병원장, 오창록 원장 등 운영위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비롯 임금빈 학부모 회장, 대학생 윤도형(현 운영위원), 한양대 대학원생들의 협조로 학교마다 다니면서 수거해 교복 2천500벌의 교환과 판매, 교과서와 참고서는 1만여 권을 판매했다.

IMF 위기를 맞아 경제가 어려워진 소비자를 위해 선배가 후배에게 교복을 대물려 주는 자원 절약 행사가 전국 최초로 열려 대성황을 이뤘고 대만족의 소비자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쌀 20kg 실량미달 지적…각목들고 찾아와

1998년 소비자 상담 시 어느 분이 쌀 20kg 포대 정량이 부족하다는 소비자고발이 들어왔다. 매장조사를 하고 허용오차 범위 정량부족이 TV에 9시 뉴스로 방송되며 전국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 업체들의 정량 속임에 확연한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됐다.

쌀의 실량 조사는 현장을 나갈 때 ▲저울이 관공서의 적합검증을 받아야 되고 ▲시청 담당팀장, 주무담당관이 함께 동행하고 ▲현장책임자와 매장 직원이 함께 한 모니터 요원들의 현장 입증 확인하고 조사지에 모두 사인을 받는 것이 기본이다.

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매장조사를 하는데 매장마다 조금씩 부족은 하지만 허용 오차범위 내 였고 본오동 세반백화점에서 전국 생산지의 쌀 20kg 포대를 저울에 올려놓고 실량을 확인하는데(포장제외) ‘철원 오대미쌀’이 미달로 나와 재확인하고 참석자 모두에게 확인하고 사인도 받고 서울본부에 보도자료를 보냈었다.

이튿날 출근하니 철원농협에서 조합 이사와 젊은 청년들이 각목을 들고 사무실 앞에서 엄포를 놓은 적도 있다.

여러 사람이 고성으로 덤비는데 무섭고 공포감이 들었지만 소시모가 지어낸 것도 아니고 담담히 들어주며 대화를 요청했고 조사하는 과정에 확인받은 걸 보여주며 세반 매장까지 가서 확인시켜주는데도 인정을 하지 않았었다.

실량 미달은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지 자기네는 그렇지 않다는 말로 소리를 높였지만 조사 결과물이 정확했기에 소시모는 당당할 수 있었고 쌀 포장 시 조금 여유 있게 실량을 채우도록 요청한 결과 이후 모든 곡물류가 실량이 넘게 조사돼 보람을 느꼈다.

고기 정량조사로 양과 가격표시 법제화

소비자가 2006년 3월 가족들과 회식하러 갔는데 소고기 등심 4인분(1인분 200g)을 시켜서 구워 먹고 고기가 없어 나머지를 달라고 요구했는데 4인분이 다 나온 거라고 했다며 상담을 해왔었다.

소시모는 이것도 소비자 문제로 보고 2007년 33개 음식점을 점심시간 이후 손님으로 가장해 조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고기 실량 부족이 문제가 아니고 고기 1인분 기준이 없어 업체마다 표시가 각각 다름이 큰 문제임을 알게 됐다.

이후 6년 동안 지속적인 고기 정량조사를 진행한 결과 관계부처인 지식경제부와 보건복지부, 계량협회와 소비자,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을 거쳐 사업장마다 고기 정량 표시를 일원화하는 법을 제안하고 시행하게 됐다.

고기 정량 KS 법제화가 2012년 6월 29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2013년 1월 1일부터 단위 100g당 가격표시를 표준화시킨 일은 안산소비자시민모임이 소비자운동을 통해 이룬 큰 쾌거다.

주유소 조사로 ‘안산 베스트 주유소’ 인증도

소시모는 주유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안산시가 베스트 주유소 인증제를 도입하는데도 한몫했다.

국가산업단지를 끼고 있고 인구 대비 주유소가 74개로 부족해서인지 몰라도 타 도시에 비해 기름 가격이 턱없이 비쌌다.

시청 담당 부서도 주유소 가격에 대해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해서 소시모가 안산 소비자들의 볼멘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주유소 실태와 가격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주유소 주변 환경과 친절도, 위험물 취급 안전관리, 소화기 보관, 주유 가격조사 등 현장 평가 실태조사를 벌였다.

방법은 단지 오피넷(유가정보 사이트)에서 제시되는 주유 가격만이 아닌 편의시설과 친절함, 위험물 취급 정도를 실제로 찾아가 확인을 통해 현장 평가하고 점수를 환산하고 결정한다. 이는 안산시와 소비자시민모임 변호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평가 위원들과 모니터 요원들이 직접 찾아다니며 조사한 내용으로 평가했다.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매년 베스트 주유소 5곳을 선정해 인증패를 전달하고 소비자에게 주유 가격과 현장평가결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시민들의 소비자 교육을 체계화하다

소시모는 시민들의 주권과 의식 고취를 위해 청소년과 노인, 주부를 대상으로 불필요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사전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은 주입식 강의보다 연극과 인형극을 통해 피해 내용에 공감하고 함께 호응할 수 있도록 현실감있게 하고 있다.

이어 ‘소비자정보대학’이라는 차별화된 평생교육을 통해 더 많은 교육과 활동으로 의식을 나누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적극적인 활동과 역할을 진행하고 있다.

전화기마다 통신사들의 충전기가 달라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불편했고 김치냉장고 김치통이 업체마다 크기가 달라 혼용할 수 없어 자원 낭비는 물론 불편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제조회사 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있는 대기업 회장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함을 이해시켜 혼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점도 소시모의 성과였다.

소시모는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면서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다양하게 펼칠 계획이다.

소시모가 최종 소비자를 위해 일하는 단체이니만큼 소비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투명하며 지속 가능한 합리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춰 활동할 계획이다.

안산소비자시민모임은 현재 5명의 상근 활동가들이 있다. 소시모는 소비자 상담과 교육, 조사, 캠페인, 모니터링, 소비자 평생교육 등의 업무를 주로 다룬다.

소시모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기에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소비자 리포터 회원들과 소시모 회원,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년 연말에 정기적인 후원의 밤을 열어 1년간의 활동을 보고하며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로 후원을 받고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고 있다.

공정옥 대표는 “소시모는 전국 유일의 소비자평생교육원 ‘소비자정보대학’을 통해 이론과 실제 소비자운동 체험 과정을 거쳐 전문적인 운동가로 양성한다. 수료생 모두가 의식 변화는 물론 후원자가 되어 소비자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소시모 창립 30주년을 계기로 소비자 주권 확립을 통해 안산과 대한민국을 바꿔 나가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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