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불개(過而不改)
과이불개(過而不改)
  • 안산뉴스
  • 승인 2022.12.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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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승 대표기자

매년 연말이 되면 올해의 사자성어가 선정된다. 사자성어를 보면 한 해가 보인다. 대학교수들이 올 한해 우리나라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선정했다.

과이불개에 이어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욕개미창'(慾蓋彌彰)’이 2위를 차지했고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의미의 ‘누란지위’가 3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와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이 뒤를 이었다.

올해 사자성어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 처음으로 나오는 어휘로 공자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로 표현했다. 이 단어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는 의미다.

대학교수 집단이 과이불개를 추천한 이유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집권당이나 야당 모두가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 잘못이라고 주장하거나 야당 탄압이라며 도대체 고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이불개’ 선정은 아마도 여야 정치권이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정쟁만 앞세우며 꼴사나운 면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과이불개’ 현상은 비단 정치권만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어떤 집단이든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우리 모두가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인 조국 사태가 일어났던 2020년은 ‘내로남불’을 한자로 옮긴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대한민국 사회는 수년이 지난 현재도 내로남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하다.

서울 이태원 참사나 각종 화재 안전사고 등등 대형사건이 터지면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서로 내 탓이 아닌 남의 탓만 한다.

젊은 청춘 150여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이태원 핼로윈 참사의 경우도 2개월여가 흐르고 있지만 책임 소재 규명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될 것 같다는 강박 때문에 일단 우기고 보는 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기는 어렵고 남 탓하기는 쉽다.

우리 사회가 이래서는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다.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려면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어느 분야이든 이기려면 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부터 해야 하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일 년을 뒤돌아보고 자신의 잘못을 찾아내서 내년부터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다짐하고 실천해야 한다.

30여 년 전 국민 누구나 차량 뒷유리에 붙였던 스티커가 생각난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남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자며 시작한 ‘내 탓이오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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