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전무죄
  • 안산뉴스
  • 승인 2022.12.27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혜숙 안산뉴스 논설위원

다수의 힘없는 국민들은 사법부에 대해 ‘무전유죄, 유전무죄‘ 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는 재판의 공정성이 땅에 떨어졌고 법의 권위가 실종되었음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학자 김철수에 의하면 사법재판이 “권력이나 재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74.2%가 대답했으며, 학자 김대영은 국민 불신의 대상으로는 변호사는 물론이요 검사와 심지어는 판사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그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는 왜 발생하는 걸까. 그리고 이 현상은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우리는 민주주의 공고화 과정을 통해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충돌하는 현상을 현실에서 자주 목격한다. 이는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상호의 영역을 훼손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갈수록 법의 지배라는 이름 아래 정치가 법을 대신하고, 정치과정을 사법 과정이 대치하며, 정치가의 역할을 법률가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러면 이러한 현상이 왜 나타나며, 권력의 조화로운 균형은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힘없는 다수의 국민은 무엇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걸까.

대통령제를 실시하는 한국과 미국은 권위주의적인 정권과 민주적인 정부로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민주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그 어느 나라도 민주화 과정의 결과로 선진적인 서구 국가들에게 고유한 민주주의 유형을 가져올 수 없으며, 한국은 현재 강한 대통령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국민들 속에는 비민주적이면서도 전통적 정치문화가 잠재해 있는 한편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국민들 속에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방된 후에, 한국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간섭적으로 자유와 인권에 대한 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후 한국 국민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강렬했지만,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정권에는 한국이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직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에 저항하여 제도를 반대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의지를 이미 막을 수 없었다.

한편 민주화를 지탱해 주는 미국의 배심원제는 국민들로 부터 사법에 신뢰를 주는 시스템이다. 이는 재판관들로부터 국민의 공론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 이러한 제도가 국민들이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법으로서 작동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므로 국민과 사법기관이 상호신뢰하게 되었다. 그와 더불어 미국은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고 강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간이 누적되어 미국의 정치문화의 주요한 구성요소가 되었다. 미국은 민주적 정당성과 함께 절차와 방법에 대한 강조가 다양한 규칙 속에 제도화되어 있고, 그 속에서 정치적 행동의 범위와 조건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인들이 복잡한 정책문제를 법에 의해 해결하기를 좋아하고, 항상 권력 행사의 범위를 제한하려고 하는 것도 절차에 대한 강조에서 비롯된다. 절차에 대한 이와 같은 합의는 질서 있는 공동사회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늘 작용한다. 이는 마치 전통이 오랜 사회에서 가족, 계급, 혹은 신분적인 유대가 전통문화를 안정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치체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절차에 대한 강조는 정치과정에 있어서 소수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효과를 가져오며, 따라서 다수의 권력 독점과 극단적 대립보다는 타협이 도출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는 역동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비교할 때는 부족하다. 유교에 기반한 정치 문화가 제도화와 민주적 문화 태도의 발전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화 이전의 국가가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적 이상을 위해 열렬히 싸울 의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민주주의 진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법치의 양 날개를 갖추었지만, 법치를 수행하는 국민의 대표가 개인이나 정당의 이해를 수렴하고자 한다면 이는 또한 민주화의 목적을 실현하기가 모호해 진다. 오늘날 정치 현실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국민은 목도하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정당이 추구하는 목적을 위해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정당성을 외면한 채 절차와 형식만을 추구했던 것인데, 이를 감시하고 있는 국민은 정권을 바꾸었다. 이처럼 국민은 최종의 심판자로서 늘 권력과 텐션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요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