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안산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 안산뉴스
  • 승인 2019.02.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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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승 발행인/대표이사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밀어버리고 호주 캔버라시의 도시계획을 모방했다는 안산의 현재 정체성은 무엇인가. 갑작스런 도시개발로 지역의 문화유산이 어디론가 쓸려가면서 일명 ‘신도시’란 명칭이 따라붙었다.

신도시가 개발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전국 8도 각지에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안산으로 모여 들었다. 그러다 보니 조상 대대로 살아온 이들보다 전국 각지의 출향민이 거주하는 이합집산 도시로 형성됐다.

하지만 바둑판같은 계획도시 안산이 시로 승격된 지 33년이 흘렀다. 아직도 고향을 따지고 지역주의가 횡행한다. 정치인들의 고향 편 가르기는 더욱 눈뜨고 못 봐줄 정도다.

도시를 이끌어가는 정치지도자들이 지역주의로 줄 세우기나 하는 꼴만 보이니 공조직이나 사회단체는 오죽하겠는가.

안산에서 태어나 30대로 접어든 2세들의 고향은 모두가 안산이다. 안산은 1천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다.

경기도에서 고려와 조선을 거쳐 1천 년간 이름을 유지해온 고을 이름은 안산, 광주, 안성, 양주, 평택 5곳뿐이란다.

그런 ‘천년고도 안산’이 아직도 도시정체성이 무엇인지조차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이다. 누구나 개개인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나름대로의 자아를 확립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체성이 있어야 진정성이 나온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정체성을 찾아야 정주의식이 생기는 법이다.

이현우 향토사학자는 안산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경세치용(經世致用)’의 조선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생을 학문에만 정진한 이익 선생은 성호문집 4권 ‘화포잡영(花浦雜詠)’ 17수 중 ‘해거방축(海居防築)’이라는 시를 남겼다. 성호기념관에도 시비가 세워져 있다.

‘해거방축’ 첫 구절이 ‘천거이포축방조(穿渠移浦築防潮)’다. 이 시는 ‘물길 트고 포구 옮겨 방죽 쌓으면’으로 시작하고 있다. 260년 전의 일이다. 경이롭다.

2백여 년이 훌쩍 지나 반월공단은 물론 시화방조제 건설로 고잔 신도시를 새롭게 만들어 낸 현재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넓은 갯벌을 바라보며 백성의 이로움을 위해 고민한 성호 이익 선생의 모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성호의 ‘경세(經世)’는 국가사회를 질서 있게 영위하는 정치, 경제, 사회활동을 뜻한다. ‘치용(致用)’은 현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성취해가기 위해 적절한 제도와 방법을 갖추고 실천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현우 향토사학자가 이야기한 얘기가 귓가를 맴돈다. “안산은 성호 이익 선생이 추구하던 실학이 열매를 맺으면서 꽃을 피워야 합니다. 그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야 합니다.”

지역에 문화원이 있다. 10년이 넘도록 운영되고 있는 안산학연구원도 있다. 지역사연구소도 있다. 향토사학자도 있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곳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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