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날
실패의 날
  • 안산뉴스
  • 승인 2023.01.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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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종승 대표기자

인구 550여만 명의 북유럽 스카디나비아 반도에 작은 나라 핀란드가 있다. 한반도 1.5배 면적의 나라이지만 ‘행복지수’가 세계 1위인 국가다. 그것도 5년 연속이다.

핀란드 심리학연구가는 자국 국민들이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이웃과 비교하지 않기다. 스스로의 행복에 대해 비교하거나 자랑하지 말고 자기만의 기준 설정이 행복이라는 것이다.

둘째, 자연이 주는 혜택 즐기기다. 핀란드인들은 87%가 자연이 마음의 평안과 에너지, 안락함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높다고 분석한다.

셋째, 지역의 신뢰 깨는 행동 안 하기다. 핀란드인들은 열차에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분실해도 되찾을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신뢰와 정직을 가치 있게 여겨 행복지수가 높다고 풀이하고 있다.

행복지수가 세계 1위인 핀란드임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날’이 있다. 이 나라는 매년 10월 13일을 실패의 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한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퍼트리기 위한 날이다.

실패의 날엔 평범한 이들은 물론 유명인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자기의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타인의 실패 경험을 듣고 서로가 격려해 주는 자리다.

핀란드가 왜 실패를 기념하는 날을 만들었을까? 핀란드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13년간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던 ‘노키아’가 휘청거리면서 국가 경제도 함께 위기에 빠졌다.

핀란드 실패의 날은 결국 스타트업 창업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겨나면서 똑똑한 인재들이 실패를 두려워해 창업 대신 안정적 직장을 찾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비롯됐다.

출발점은 핀란드 알토대학교의 알토이에스 창업 동아리가 벤처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면서다.

거기에다가 핀란드가 복지국가의 길을 가기 위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갈림길에서 대기업 말고 벤처 창업을 통해서 이루고자 한 것도 한몫했다.

벤처 창업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실패의 두려움이다. 하지만 실패의 경험을 팔기 위한 실패의 날이야말로 현재의 핀란드가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로 자리매김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실패의 나눔은 혼자가 아니라 경험을 공유하면서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도 실패의 날을 공유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행정안전부가 ‘세계재도전포럼’과 ‘실패박람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안산도 이런 날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각자의 실패 경험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용기를 얻고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실수를 떠올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으면 온전한 인간으로 발전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실패를 귀담아듣고 자신의 실패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도록 하는 사회나 조직 분위기 말이다.

실패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비전을 설정하고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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