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과 성장
좌절과 성장
  • 안산뉴스
  • 승인 2023.02.07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혜숙 안산뉴스 논설위원

오늘날 우리가 만끽하는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구축의 좌절과 성장을 반복하며 실현되었다. 이는 과거 조선시대 멸망과 일본 식민 지배 체제를 거쳐 일본의 패전이 가져다준 결과이기도 하다. 이처럼 준비 없이 맞게 된 자유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서툴렀고 그 결과 참혹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자유민주주의를 감당할 지도자와 국민 의식의 부재는 결국 독재정치와 군사정부, 유신독재를 출현시켰으며, 나아가 인간의 본능적 욕심은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권력을 사수하는데 골몰하였다. 따라서 사상, 가치, 민의는 왜곡되었다. 이처럼 국민이 희생당하는 민주주의는 1980년대 후반까지 점철되어왔다.

이러한 고통과 희생의 경험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인 시민의 정치참여, 대의제, 법의 지배, 선거제도, 시민 사이의 평등과 교육 등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를 생각하는 다수의 국민이 군사정권에 이어 유신독재의 종말을 고하며 6월항쟁에 참여하는 동기가 되었다. 이로써 16년 만에 국민이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긴 세월 동안 자유민주주의 열망에 대한 좌절과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민의 승리에 따른 국내 정치변화는 국제정치 무대에서도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2차대전 이후 냉전시대 변화에 민의를 결집하여 대응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국제정치는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균형이 깨졌고, 소련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인 경제제재와 자유와 인권을 가치로 소련연방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 시초가 폴란드의 개혁 개방과 동유럽 국가의 사회주의 체제를 과감히 버리고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도입함으로써 변화의 물결은 독일의 통일과 소련의 붕괴를 동시에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미국의 패권주의의 부활을 알리는 서막이었을 뿐만 아니라 소련연방의 붕괴와 러시아의 탄생을 부추겼다. 게다가 소련연방의 개혁지도자 고르바초프의 리더십은 러시아인들의 희망과 자유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대한민국은 역시 고프바초프 개혁지도자의 리더십으로 서방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었다. 이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북한의 고립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국제정치에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승리이며, 민의를 폐쇄한 국가주도의 사회주의 체제는 결국 붕괴한다는 진리의 모습이었다. 역사에서 보여준 좌절과 성장은 개인의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울대 음대 사상 최연소로 임용된 백혜선 피아니트는 모든 교수들의 로망인 서울대 교수직을 10년 만에 박차고 미국으로 떠났다. 티칭보다는 연주하며 살아야겠다는 소망을 실현코자 두렵지만 과감한 결단을 한 것이다. 초기에는 타국에서 안정적인 직업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며 산다는 게 쉬운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용감하게 선택한 삶을 책임지며 외롭고 지난한 연마의 시간을 가졌다. 마침내 고통을 견딘 끝에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동시에 자신의 모교인 잉글런드 음악원 교수로 재직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선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잘 풀리지 않는 오랜 날들을 살다 보면 그것을 비정상이라 여기고, 겨우 매끄럽게 굴러가는 날들이 찾아왔을 때 마침내 나도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하며 반드시 이 생활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안온함이 반드시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정상과 비정상을 벗어나서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삶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더 나은 내가 되려는 삶이어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리고 성장이 있는 삶에는 좌절과 불안과 걱정이 필연적으로 함께 찾아온다고. 한 국가는 정치와 정책이 누적돼 역사가 된다. 과거 조선왕조 500년에 이어 일본 식민지 시절에는 얼마나 좌절스러웠을까.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독립의 희망을 향해 목숨을 내걸고 용기있게 독립운동을 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이는 역사가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위험하고 힘들다고 도전하길 포기했거나, 지금의 안온함히 편안하다고 멈춘다면 어김없이 역사는 후퇴할 것이다. 좌절스러워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도전하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과 마주하게 된다. 성장이 있는 삶에는 좌절과 불안 그리고 걱정이 필연적이지만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