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놓치다
버스를 놓치다
  • 안산뉴스
  • 승인 2023.02.07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지원 경기내일스퀘어안산 상상대로 센터장

타고 다니는 차가 고장나서 이동할 때 걷거나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강추위가 다소 풀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전보다는 낫지만 춥긴 매한가지이다.

배차 간격이 긴 버스는 놓치지 않기 위해,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미리 정류장에서 기다린다.

그럼에도 종종 버스를 놓칠 때가 있다. 약속 시간에 맞춰 탔어야 하는 버스를 놓치게 되면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안산시 청년공간 상상대로에는 연극 동아리가 있다. 동아리 이름은 ‘안부’이다. 안산 부캐(릭터)의 줄임말이다.

작년 4월에 ‘상상대로에서 연극 공연하기’를 목표로 모집을 시작해 5월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에 상상대로 지하 다목적실에서 정기 모임을 진행 중이다.

연극을 사랑하거나 관심이 있는 15~39세 안산 청년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연기가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스태프(연출, 기획, 음향, 조명, 무대, 소품, 의상)로 함께할 수 있다.

연극에 대한 수다 떨기로 시작한 연극 동아리 안부는 작년에 2번의 공연을 상상대로 공간 곳곳(다목적실, 강의실, 옥상 등)에서 진행했다.

연극을 업으로 삼고 있는 모임장을 중심으로 동아리 구성원 모두가 연극에 대해 고민하고 같이 즐기며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난 3일과 4일 ‘안부’의 3번째 공연이 상상대로에서 열렸다. 연극 ‘버스를 놓치다’를 각색하고 2달여 동안 준비해 무대에 올렸다.

대부도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주인공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난다. 버스를 놓친 이들은 삶의 좌절을 경험한 공통점이 있다.

티격태격 다투는 과정에서 자신의 처지를 진심으로 풀어내며 서로를 위로하고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관객으로 참여한 50여 명의 안산 청년들과 지역 주민들은 10명의 배우들이 연기한 다양한 캐릭터들에 공감을 표하며 평범함 속에 편안함이 있고 잔잔함 속에 감동이 있으며 슬픔 속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극에 박수를 보냈다.

우리는 이따금 버스를 놓치고, 기회를 놓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 분명 어려움을 겪을 테지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살아있으면 다음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포기하지 않는다면 좋은 일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당분간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연극이 떠오를 것 같다. 버스를 놓치면 또 아쉬움이 크겠지만, 이전보다는 여유있는 마음으로 곧 다가올 다음 버스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경제 불황 등으로 곳곳에서 어려운 소식이 들려오는 시기에 연극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

다시 삶의 희망을 발견한 연극 주인공들처럼 지금 힘들고 지쳐있는 분들이 다시 희망을 얻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