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은 국가정체성
헌법은 국가정체성
  • 안산뉴스
  • 승인 2023.02.2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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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뉴스 논설위원

국민의힘의 제3차 전당대회는 그 어느 때 보다 열기가 뜨겁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다양한 가치와 신념을 주장하지만, 이들이 호소하는 공통점 하나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대한 강력한 바램(염원)이다. 이는 그것이 곧 대한민국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의 체포나 경기도를 대신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볼 때, 과연 작금의 정치 현실이 70여년 전 체제 정립을 끝낸 대한민국인지 의심스럽고, 혹여 해방정국에 행했던 정치투쟁이 재소환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따라서 어렵사리 아픔을 겪고 확립된 자유민주 체제와 그에 따른 헌법 수호에 대해 이 시점 재고가 필요하다.

헌법은 국가정체성을 규정한다. 어떤 헌법을 만들 것인가는 곧 어떤 사회와 국가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헌법 수호 제고를 위해 근대 한국 헌법의 탄생에서부터 1987년 헌법 개혁에 이르기까지 어떤 이념을 바탕으로 국가체제를 지향하고자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말 조선 정치 붕괴와 국권의 상실은 곧 봉건적 군주제에서 공화제의 서막이었다. 이는 군권, 민권, 국권의 대립과 모순을 거치며 헌정사의 대전환기를 가져왔다. 이러한 공화제는 만민공동회와 고종황제 퇴위사건을 기화로 도화선이 되었고, 이를 뒷받침할 근대헌법의 기원은 조소앙의 균등 이념과 민주주의의 투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영향을 끼쳤다. 학자 홍윤기는 이러한 헌법을 국가의 지배 범위 안에 현존하는 각종 권력을 규제하는 원칙과 모범적 운영 형태를 제시하는 법적 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헌법은 국가의 형태, 운영방식, 권력의 배분 방식을 정의한다는 차원에서 한 국가를 표현하는 가장 명료한 법적 문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국가정체성을 정의하는 헌법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우선 대한민국 헌법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자. 이는 해방정국에 신탁과 반탁으로 둘러싼 투쟁과 미군정과 남조선 과도입법의원의 분쟁이 있었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한국인의 다수가 즉각적인 독립을 원했다면, 미국은 신탁통치에 의한 독립을 주장했으며, 이 과정에 민족자치노선과 국제협력노선이 대격전을 벌였다. 그 결과 미국이 의도한 좌우통합정책은 위기에 직면하고 이승만과 김구의 노선은 성공을 거두게 됐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재시도하여 엘버트 브라운의 ‘정치적 프로그램의 전개’를 실시하였다. 이에 미군정은 과도헌법으로 조선헌법을 작성하여 상당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한편 우파의 남조선과도약헌과 중도파의 조선민주임시약헌은 정치적 대립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우파가 승리했지만 신생 대한민국의 헌법은 중도파의 구상도 상당히 수용했다. 이후 1987년 헌법체제에서 정치의 사법화와 헌재의 민주적 정당성의 부재를 지적하며 개정을 단행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수호와 그 발전을 보장할 수 없고 사회적 갈등과 국가 분열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개혁을 시도한 것이다. 이처럼 국가정체성이 내포된 헌법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한국의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침해되지 않고 영구히 수호돼야 하는 법적 장치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시대적 과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념 전쟁으로부터 헌법 정신을 지켜내는 일이다. 그것을 현 윤석열 정부와 함께 국민의힘 새로운 당대표가 수행해야 한다. 또한 세계 시민적인 가치에 기반한 이상적인 헌법 개혁이고, 한국 사회가 지향할 미래의 방향이라 하더라도 사전에 국민적 합의가 없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제3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뜨거운 열기는 단순히 정당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절대절명에 기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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