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홍매화
  • 안산뉴스
  • 승인 2023.03.2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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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시인

우리 도시는 어느 도시보다 공원 잘 조성돼 있다. 그 공원 안에는 봄이 막 시작할 무렵이 되면 바람이 쌀쌀하고 눈발이 떠나질 못하고 눈이 내리고 모진 바람이 불어도 연약하고 가녀린 꽃잎은 온통 붉디붉은 멍울로 나뭇가지를 휘감아 양지 바른 곳에서부터 꽃잎을 피운다. 도시에서 보기 드문 홍매화가 터미널 근처 공원에 해년마다 떠나길 싫어하는 겨울을 쫒아내고 먼저 봄을 맞아 전하여 준다.

봄의 전령치고는 너무나 화려하여 눈길을 떼지 못한다. 홍매화 나무가 있는 곳에는 일부러 찾아가서 보아야 한다. 아니면 차를 타고 상록수 쪽에서는 중앙로 쪽으로 좌회전을 하다 잠깐 마주칠 수 있고 산업도로에서 중앙로 쪽으로 직진하다 터미널 부근에 작은 오솔길 따라 길게 만들어진 작은 공원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잠깐 그 화려하고 고고한 자태를 겨울의 끝자락에서 버석한 마른풀과 나무사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어떤 이유로 그곳에 홍매화 4남매가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봄의 화려한 서문을 열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마른풀과 앙상한 가지를 가진 나무들이 늘어선 곳에 붉게 물들인 나무가 홍매화라고 생각들을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 나무가 있다. 차를 정차하고 확인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은 곳에 홍매화는 피어있다. 이 홍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나무들이 마른나무들 사이에 여기저기에 노란 가지를 뻗어 봄바람을 가지에 올려놓아 춤을 추게 한다.

옛날 선비들이 유독 매화를 많이 그렸다. 설중매라고 해서 눈 속에 핀 홍매화 그림이 생활 속에 많았다. 병풍이나 액자 등에 수를 놓거나 잘 그려진 그림을 넣어 소품으로 쓰기도 한다.

홍매화의 꽃말은 고결, 정조, 인내라고 한다. 문인화에는 특히 홍매화를 많이 그린다.

우선 화선지에 홍매화 나무에 연지색의 물감으로 생명을 불어넣어 꽃잎을 한 잎 두 잎 붙여서 그려 넣으면 실제의 홍매화 보다 더 보기 좋은 것 같다.

홍매화를 시작으로 청매화가 피고 산수유가 피어 칙칙했던 도시가 길어지는 햇살과 함께 환해지고 있다. 우리 도시는 그 어느 도시보다 꽃나무가 참 많이 심어져서 봄꽃놀이를 다른 도시 어느 곳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따뜻한 양지에 있는 목련꽃이 도시 여기저기서 우아한 자태를 뽐낼 것이다. 개나리꽃과 진달래꽃 그리고 곧 이어서 온통 화사함으로 우리 시민들의 마음을 지난 겨울의 여러모로 칙칙했던 생활을 위로하듯이 온 도시를 휘감아 필 벚꽃봉우리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도시의 동서남북 어디에 가도 흰빛 분홍의 벚꽃은 우리 도시의 행복이고 기쁨이다.

이제 마스크도 벗었다. 흰빛 분홍의 벚꽃의 섬세한 꽃향기를 공기와 함께 눈과 코, 입, 귀를 통해서 이 봄 마음껏 취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도시는 정말 봄에 피는 꽃들이 많이 있다. 꽃들이 자기가 필 차례가 아닌데도 요즘 우리만 바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봄꽃들도 한꺼번에 꽃마다 얼굴을 내민다. 다 보아야 1년 뒤에 또 볼 수 있는데 때론 하루 이틀 미루다 봄꽃을 다 못 보고 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올해는 윤달이 음력으로 2월에 있다 하여 봄이 다른 해에 비해 우리 곁에 일찍 찾아왔다. 윤달이 들어 있는 달은 옛부터 조상의 묘 이장도 많이 했다. 올해는 묘이장을 해도 다른 해의 윤달보다 더 좋을 것 같다. 봄이 시작을 하려고 할 때 잔디를 새로운 묘에 입히면 잔디가 뿌리를 잘 내려서 풍성한 잔디가 입혀진 묘가 될 것 같다.

우리 도시의 봄꽃이야기 만으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참 기쁘고 행복하다. 홍매화는 터미널 부근 공원에 피었다 지고 있지만 관공서나 또는 양지바른 공원에 지금 청매화 나무에 흰 꽃이 피어서 옅은 향기로움을 바람결에 날리고 있다.

3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잠깐의 여유로움으로 차 한 잔 들고 주변에 가까운 공원에 가보면 좋을 것 같다. 봄날은 분초의 시간마다 자연의 많은 생명들이 꿈틀대며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들을 마음껏 환영하면 우리의 마음도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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