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의 선택과 책임
권력자의 선택과 책임
  • 안산뉴스
  • 승인 2023.04.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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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안산뉴스 논설위원

역사는 지배자가 그려낸 서사이다. 따라서 지배자의 선택과 결정은 피지배자의 삶,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러면 지배자의 선택과 결정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국제정치의 구성주의 학자들은 그 원인을 지배자 인식의 수준과 관념으로 보았다. 지배자 즉 권력자의 인식이 어떤 사안을 결정하는데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이를 구성주의 이론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권력자의 인식은 상황을 판단해 선택하고 결정하여 마침내 성패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권력자의 선택과 책임은 역사가 되고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

최근 한국과 프랑스는 해결해야 할 공통과제가 있다. 다름 아닌 연금개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15일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개혁은 인기 없는 일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필자는 전이가 느껴졌다. 그 후 3개월이 지난 지금 언론에서는 국민연금 개혁을 안하면 초처출산 시나리오 일 경우 번돈에서 42%의 보험료를 내야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이 대일외교에서 보여줬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재촉한다. 반면 프랑스 엠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수령 개시 시점을 2년 연장하고 연금 100% 수령을 위한 보험료 납부기간을 42년에서 43년 즉 1년 더 연장하는 연금개혁을 단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일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의 70% 반대를 무릎쓰고 또 의회로부터 자신이 불심임을 받을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특히 그는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헌법 특별조항을 발동해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선택을 하면서까지 밀어붙이는 의지를 보였다. 지금 당장은 내살 깍는 아픔이 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

한편 경제학자들은 연금개혁을 어렵사리 단행한다 해도 고령화 저출산 문제로 인해 낙관적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구가 줄면 소득도 줄어 총부양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총부양비 증가는 1인당 소득을 낮출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도 약화시킨다. 즉 인구감소는 성장률을 떨어트려 생산인구의 부가가치가 유소년보다 고령자에게 배분되고, 그로 인해 전체적인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의 경쟁력은 한없이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도시 특성에 맞게 특단의 대책을 간구해야 한다. 이는 도시, 국가 존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효과적 인구정책으로 성공적인 출산율을 보이는 지자체가 있다. 전남 영광군이다. 영광군의 인구는 현재 약 5만여명 이다. 2022년 전국 평균 출산율이 0.78명 일 때, 1.81명으로서 2019년 이래 전국 출산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지난해는 출생아가 80만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왜 일까. 영광군은 2019년 인구일자리정책실을 만들어 각 부서로 흐트러져 있던 결혼, 출산, 보육, 일자리, 청년지원을 함께 다루면서 ‘생애주기별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살펴보면, 결혼, 임신, 출산, 사업으로는 결혼장려금(500만원), 난임부부 시술비, 임신부 교통카드(30만원), 양육비는 첫째(500만원), 둘째(1200만원), 셋째~5섯째(3000만원)이다. 타지자체와 달리 결혼장려금과 양육비가 많고, 아동,청소년기에는 자체 사업으로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최대6개월 50만원), 초중고대학생 장학금 청년기 취업활동수당(6개월, 50만원) 등이고 여기에 원전과 관련된 협력업체까지 연계돼 안정적인 일자리가 기여하기도 한다. 청년기 제도는 인근 광주광역시로 젊은이 유출을 막기위해 취한 조치라고 한다. 또한 기발한 것은 우리아기주민등록증 발급과 신생아 탄생 기념식수 사업, 임산부를 위한 도서배달대출서비스 등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다.

안산시를 살펴보자. 2023년 2월 기준, 안산시 인구는 약 688,730여명이다. 인근 화성시는 약 958,230여명에 이르고, 시흥시는 548,570여명 정도의 수준이다. 10년 전 통계와 비교해 볼 때, 안산시가 762,915명일 때, 화성시는 558,128명이고 시흥시는 422,817명으로서, 화성시와 시흥시가 지속적으로 성장세였다면, 안산시는 반비례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여하튼 지금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안산시는 등록된 외국인 수가 49,000여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약 89,000여명으로서 약 12.9%에 해당하는 다문화도시이다. 그렇다면 출산율이나 사회적 이동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국제적인 추세인 이민자 유치에 주력하는 것도 실효적 방법이다. 민간 싱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혜경교수는 한국은 일본, 대만과 함께 이민자 유치를 두고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세 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생산연령 감소로 산업현장 등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으므로, 해법의 하나로서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을 늘리는 정책을 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차원으로 본다면 안산시는 이미 다문화 도시이고 그에 따른 정책이 타도시에 비해 선행되고 왔다. 이에 지역 특성을 감안하여 영광군처럼 생애주기별 정책을 실시하는 동시에 외국인 유치정책을 간구하는 것도 현실을 타개하는 방법의 일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정책은 안산시 최고책임자인 시장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전제돼야 하고 책임지는 자세일 때 실현 가능하다. 이처럼 역사는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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