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것을 기억하기
기억할 것을 기억하기
  • 안산뉴스
  • 승인 2023.04.18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센터장

지천으로 핀 온갖 꽃들과 눈부시게 환한 햇살의 4월,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봄을 살아가고 있다. 어김없이 찾아온 4월의 봄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기억, 하나부터 아홉까지 셈을 헤아리는 동안 누구는 희미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한 기억 때문이다.

9년 전,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거친 파도에 떠밀려 수면 아래로 조금씩 가라앉던 그 두려운 풍경, 서럽도록 안타깝고 참혹했던 그날의 상처를 생생히 기억한다. ​그날 바다는 세월호와 별이 된 250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304명의 일상, 꿈과 소망을 삼켜버렸다. 어쩌면 고통스럽고, 또 어쩌면 부끄러운 역사겠지만 그날의 기억은 우리에게 사회에 대한 참여와 함께라는 연대를 선물해 주었다. ​

그 연대를 토대로 이루어진 ‘416 기억마을모임’은 5번의 사전 회의를 하며 4월을 기다렸다. 그 과정에서 노란 꽃을 준비했고 전체적인 일정을 공유하며 마을 단위 행사를 우리 모두 행사로 연결했다. 첫 모임에 절반 정도에 그쳤던 마을의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더니 마지막 모임 때 안산 전체로 확대되었다. 그 순간 모두 감동했다.

그 여정을 거쳐 지난 3일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416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 선포식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기억마을모임, 9주기 안산지역준비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소감과 기억 다짐, 9주기 추모사업 설명, 노란꽃 전달식, 기억 공연, 현수막에 달린 마을 위로 노란꽃 달기 퍼포먼스 등이 펼쳐졌다. 이후 4월 한 달 동안 안산시 각 마을 30여 개 단체 주관으로 ‘우리 마을에 노란꽃이 피었습니다.’라는 활동을 이루어진다.

일동청소년문화의집에서도 ‘반딧불이’ 청소년운영위원회가 직접 기획하며 준비해온 문화놀이터 <우리 마을에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행사를 지난 8일 진행했다. 세월호 9주기에 관한 설명을 시작으로 메시지픽과 포스트잇에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노란 꽃을 직접 심고 나누는 활동이다,

‘기억할 것을 기억하기’는 청소년들이 직접 준비한 안내판에 적혀있던 문구다. 청소년이 청소년에게, 그리고 청소년이 주민에게 노란꽃을 전하며 의미를 알리니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며 함께 할게요’라는 응답이 돌아온다. 그날 우리는 기억할 것을 기억하는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눴다.

기억할 것을 기억하는 과정에 누구는 그만하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걸 왜 기억해야 하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필자는 이번 활동을 그 어떤 대립이나 갈등의 온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직 안전한 사회에 대한 염원뿐이다.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억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세상을 꿈꾸며 다짐하는 것이다. 기억은 힘이 있다.

겨우내 사라진 줄만 알았던 생명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처럼 안산의 25개 마을에는 노란꽃이 피어난다.

지나간 역사를 반성하고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기원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꽃이다. 우리 모두가 그 마음으로 4월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기억할 것을 기억하며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