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 문화에 대한 이야기
‘카공족’ 문화에 대한 이야기
  • 안산뉴스
  • 승인 2023.05.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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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교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카페(커피전문점)다. 필자는 카페를 즐겨 찾는다. 카페의 유래는 17세기 초 오스만 제국 시절 커피를 파는 가게인 카흐베하네(Kahvehane)에서 연유한다. 이것이 유럽으로 넘어가 카페(cafe)라는 이름이 된 것이라고 한다. 카페라는 곳은 좋은 원두의 커피나 음료를 즐기는 공간이면서 사람들 간의 소통을 위한 만남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필자가 다니는 카페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대화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만큼 조용하고, 정적인 학구열이 불타오르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온종일 차 한 잔 시켜 놓고 4인석 좌석을 홀로 독차지하고 스마트 기기의 전원까지 연결시켜서 공부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 카페의 매상 걱정과 ‘공부를 하려거든 도서관에 가서 하지!’라는 편협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지인을 만나 카페를 방문했는데 앉을 자리가 없어서 커피숍을 찾아 배회했던 일이 있다. 겨우 자리를 잡는다고 해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미안해서 금방 자리를 일어난 경험도 있다. 이랬던 카페라는 공간이 지금은 내게 글을 생산해내는 최애(!) 장소다.

이번 주제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카공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카공족은 일반손님에게는 프로불편러, 카페 사장에게는 회전율을 떨어뜨리는 진상 고객이다. ‘카공족 출입금지’, ‘노스터디존’ 등을 써 붙인 카페가 등장했다. ‘카공족’들이 출입을 해도 시간제한을 두거나 음료의 수를 정해놓고, ‘카공족’의 출입을 허용한다. 반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마케팅 전략을 ‘카공족’들을 겨냥해서 맞춤 좌석을 설치하거나, 카공족 손님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도서관 형태의 분리형 좌석을 설치한 곳도 있다. 이렇듯 개인사업 카페와 프랜차이점 카페가 ‘카공족’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카공족’은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빚어낸 문화로 보기도 한다. 대학생이나 취준생들이 스마트 기기로 강의를 듣거나, 시험 기간에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한 장소로 모인 카페가 새로운 청년문화가 되어버렸다.

현재 기성세대, 부모세대들의 청년문화라면 1970년대 초 청바지와 생맥주, 통기타가 그 세대 특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떠올리게 하는 요인이다. 그 시대의 청년문화는 청바지와 주류 문화의 소비, 통기타는 로큰롤과 포크 장르문화라는 기술적 요소와 결합해서 대중문화를 만들어냈다. 현대는 카페의 기능이 좀 더 진화된 기술적 요소의 결합으로 보드게임 카페, 방탈출 카페, 만화카페, 사주 카페, 애견카페와 같이 많은 여러 컨셉의 카페가 있다. 이와 같은 컨셉카페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자신의 욕구에 맞게 최대한 활용하면서 만들어낸 변화다. 카공 문화도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같은 세대 내에서도 사람이 모이면 갈등은 필연이다. 청년세대로 대변되는 ‘카공족’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어떠할까? 문화적 이질감에 의해서 어떤 문화를 과거의 문화보다 못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청년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 왜 ‘카공족’이 생겨났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대부분의 카공족은 ‘-생’으로 불리우는 취준생, 학생이 대부분일 것이다. 취업이나 학업에 불안해하고 창문 없는 나쁜 주거환경에 거주하거나 마땅히 공부할 곳이 없어 카페를 찾아온 사회적 약자일 수 있다. 다수가 이용하는 카페에 굳이 공부해 가면서 이용자들과 카페 업주들에게 불편함을 주면서까지 말이다.

본인의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카공족’이 이용 가능한 카페에 안내판을 붙여 이들이 이용하게 하는 방법도 제안해 본다. 공적인 영역에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주거환경이나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문화를 생성해 나가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치관이 필요하다. 무조건 부정하지 말고, 사회의 일면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문화라고 한다면, 사회구성원으로서 추구하는 행위들에 대해 일정 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건강한 문화로 발전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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