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펼쳐진 또 하나의 교실 – 카공족 문화적 의미
카페에 펼쳐진 또 하나의 교실 – 카공족 문화적 의미
  • 안산뉴스
  • 승인 2025.09.1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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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대 교수

서울 강남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오전 11시에 들어온 청년이 밤 10시까지 자리를 지킨다. 잠시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돌아와, 노트북과 교재, 노트북 거치대까지 챙긴 채 공부에 몰입한다. 처음 보는 이라면 다소 낯설게 느낄지도 모른다. 이른바 ‘카공족’이다.

얼마 전, BBC 코리아 기자가 2023년 안산뉴스에 투고된 카공족 칼럼을 보고 연락해왔다.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 카페에서 펼쳐지는 이런 풍경이 무척 신기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기자는 내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왜 카페에서 공부하는가?” 그리고 “왜 그렇게 많은 장비들을 들고 오는가?”

첫 번째 질문에는 곧바로 답할 수 있었다. 카공족은 대부분 취업준비생이나 학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쉽게 집중이 흐트러지고, 도서관은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할 만큼 지나치게 조용하다. 반면 카페는 적당한 백색소음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추어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지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 단순히 커피를 소비하는 곳을 넘어, 공부와 자기계발을 위한 ‘심리적 피난처’가 되는 것이다. 취업과 학업의 압박에 놓은 청년들에게 카페는 혼자이면서도 고립되지 않는,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이 된다.

두 번째 질문은 잠시 곱씹게 되었다. 기자는 나를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왜 청년들이 이토록 많은 장비를 들고 오는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즉흥적으로 답했을 때는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꼈다. 글을 쓰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단순한 효율성 추구나 과시는 아닌 듯하다. 노트북 거치대나 휴대용 프린터 같은 기기는 낯선 공간을 ‘나만의 작은 학습실’로 바꾸는 장치다. 장비를 펼치는 순간, 청년은 그곳에 자신만의 성역(聖域)을 만들고, 사회적 압박과 불안을 잠시 내려놓는다. 이는 공부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인화된 의식’이기도 하다.

카공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부 카페 업주와 손님들은 장시간 자리 점유에 불편을 호소하며 ‘노스터디존’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전용 좌석을 마련하며 오히려 충성 고객으로 맞이한다. 외국인의 눈에는 이런 현상이 독특하고 흥미로운 문화로 비친다. 단순히 ‘민폐냐 아니냐’의 잣대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이는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세대 문화이자, 청년들이 처한 학업·취업 환경을 반영하는 모습이다.

1970년대 청년들이 청바지와 통기타로 정체성을 표현했다면, 오늘날의 청년들은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자기 문화를 만들어간다. 카페는 이제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학습과 자기계발, 사회적 교류가 맞물리는 복합적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카페 한 구석의 작은 ‘즉석 교실’에서 청년들은 지식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배운다. 따라서 사회는 이러한 문화를 단순히 규제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야 한다. 도서관, 커뮤니티 공간, 혹은 카페 자체의 자리 배치를 통해 ‘공유 가능한 학습 환경’을 만드는 일은 단순한 편의 차원을 넘어 청년 세대를 위한 사회적 투자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카페에 장시간 머무는 이유는 단순히 공부 열정 때문만이 아니다. 주거 환경의 제약, 취업과 학업에 대한 압박, 마땅한 학습공간의 부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그렇기에 카공족 문화는 무조건적인 부정이 아니라, 오늘날 청년 세대를 이해하는 창으로 바라봐야 한다.

카페 속 카공족의 학습공간은 한국 사회의 현재를 비추고, 앞으로 청년 문화가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이제 청년들의 삶과 학습, 그리고 다양한 욕구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조금의 이해와 배려, 그리고 공간적 조율이 더해진다면 이 문화는 더 건전하고 창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청년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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