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청년센터협의회 운영위원장)
지난 몇 년간 전국 곳곳에서 청년센터가 빠르게 늘어났다. 각 지역의 청년들이 모이고, 배우고, 쉼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였다. 이제는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청년센터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청년센터의 역할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공간을 제공하는 데 머물 수 없다. 청년의 삶은 더 복잡해지고, 그들이 겪는 문제는 하나의 정책 영역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센터는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업이 아니라, 더 깊은 연결이다.
첫째, 청년센터는 공간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전히 많은 청년센터가 ‘시설’로 인식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청년지원은 건물 안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 청년센터는 청년과 청년을, 청년과 지역사회를 잇는 관계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연결되는가’이다. 청년들이 스스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사회적 의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센터의 핵심 기능이다.
둘째, 청년센터는 개별 사업에서 통합적 지원체계로 진화해야 한다.
취업, 주거, 문화 등 분야별 사업이 분절적으로 운영되면 청년의 복합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어렵다. 청년센터는 다양한 정책과 자원을 한데 묶는 연결자이자 조정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내부 프로그램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자체·교육기관·기업 등 외부 자원과 협력망을 구축함으로써 청년의 생애주기에 맞는 맞춤형 지원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셋째, 청년센터는 정책 수혜자에서 정책 설계자로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청년센터는 중앙이나 지방정부의 정책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에 머물러왔다. 이제는 청년들의 경험과 목소리가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청년센터는 청년이 직접 의제를 제안하고, 공론을 통해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원하는 정책 참여의 게이트웨이가 되어야 한다. 행정과 청년을 잇는 가교로서 센터의 역할이 강화될 때 정책은 비로소 현실을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위에서 청년센터는 3가지 핵심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하나는 지역 청년 정책의 싱크탱크로서의 기능이다. 현장에 있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분석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는 청년의 사회적 자본을 키우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다. 청년들이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며 관계망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사회의 회복력과 직결된다.
마지막은 광역과 기초 청년센터 간의 구조적 연대다. 광역센터는 정책 자원과 교육을 제공하고, 기초센터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상호 보완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구조적 연결이 뿌리내릴 때 청년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청년센터는 더 이상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청년과 지역사회가 만나고 서로를 지탱하는 살아있는 플랫폼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사업이 아니라, 관계를 세심히 잇는 일이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청년센터가 다시 역할을 재정립할 때 청년센터는 청년의 오늘을 지키고 내일을 상상하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