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청년은 묵묵히 버텼다
올해도 청년은 묵묵히 버텼다
  • 안산뉴스
  • 승인 2025.12.2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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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원 안산시청년센터 상상대로 센터장
(전국청년센터협의회 운영위원장)

연말이 되면 우리는 한 해를 돌아보며 성과를 정리한다. 몇 명이 참여했고, 무엇을 이뤘는지 숫자로 한 해를 설명한다.

숫자로 남은 기록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시간을 지나온 과정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또렷이 남는 단어 중 하나는 ‘버팀’이다. 올해도 청년은 묵묵히 버텼다.

최근 발표된 통계는 이 말이 결코 감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일자리가 없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별다른 구직 활동 없이 ‘그냥 쉬고 있다’고 답한 20~30대가 160만 명에 이른다. 특히 아무 말 없이 쉬고 있는 청년의 수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일자리는 줄고, 생활비 부담은 커지며, 청년세대의 여윳돈도 오히려 감소했다.

숫자는 담담하지만, 그 안에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청년들의 시간이 담겨 있다.

청년들은 대단한 계획보다 현실을 먼저 이야기한다. “요즘 일이 잘 안 구해져서요”, “잠깐 쉬고 있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이 말들에는 좌절보다 조심스러움이, 포기보다 버팀이 담겨 있다. 청년들은 큰 소리로 호소하지 않는다. 대신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견딘다.

청년정책은 종종 빠른 성공을 전제하지만, 현장의 삶은 그렇지 않다. 특히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은 결과보다 유예가 많은 시기다.

쉬고 있는 청년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의지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의 구조 안에서 속도를 내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이 버팀은 나약함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전국청년센터협의회 운영위원장으로서 여러 지역의 이야기를 듣는다. 지역은 달라도 풍경은 닮아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요?”, “조금 늦어지면 뒤처지는 걸까요?” 그 질문 앞에서 청년센터는 정답을 주기보다, 함께 그 시간을 견디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올해도 우리는 많은 사업을 했고, 많은 회의를 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청년이 “여기 와서 조금 숨을 돌렸다”고 말해주었을 때였다.

숫자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한 변화였다. 하루를 더 버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성과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청년들이 겪는 느림과 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건너야 할 시간이다. 누군가의 버팀이 게으름으로 오해되지 않도록, 조금 늦은 걸음이 실패로 규정되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었으면 한다.

올해도 청년은 묵묵히 버텼다. 이 한 해를 견뎌낸 모든 안산 청년들에게, 그리고 곁에서 함께해준 시민들께 조용한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조금은 덜 버티고 조금은 더 숨 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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