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변하지 않는 의미
설날, 변하지 않는 의미
  • 안산뉴스
  • 승인 2026.02.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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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시인

“어떻게 해야 하는 날”에서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날”이 된 명절.

설날은 한국 사회의 큰 명절 중 하나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고 흩어졌던 가족과 관계를 다시 잇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의미와 모습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예전의 설날이 ‘모이는 명절’이었다면 지금의 설날은 ‘선택’에 집중한다. 변화는 생활양식의 차이가 아니다. 가족과 공동체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달라짐이다.

예전의 설날이 정해진 물길로 건너는 커다란 강이라면 지금의 설날은 호수에 비유된다.

과거 설날은 가족이 모이는 공간과 시간이었다. 같은 방향과 하나의 방식으로 가족과 공동체의 존재를 체감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호수에 비유되는 지금의 설날은 어떤가. 가족을 찾아가는 사람, 여행을 떠나는 사람, 휴식을 즐기는 사람, 각자 다른 자리에서 다른 속도로 머문다. 자유로운 선택에 대한 책임도 진다. 같은 물을 보지만 배를 띄우는 방식은 다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구조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명절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다. 과거 설날은 차례가 우선시 되었고, 가족 공동체의 결속을 확인시켜 주면서 개인의 선택권은 제한되었다. 강한 규범의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설날은 변하고 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문화가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이는 전통의 붕괴라기보다 삶의 조건이 반영된 조정에 가깝다.

그렇다고 설날이 의미가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형식은 간소화되었지만 관계를 확인하려는 욕구는 강하게 남아 있을 뿐 아니라 통신의 발달로 소통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설날을 또 하나의 비유로 보면 쉼표에 가깝다. 문장의 끝이 아니라 다음 말을 위해 잠시 멈추는 것이다. 마침표였다면 끝났겠지만 쉼표이기에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설날마다 삶이라는 문장을 잠시 멈춰놓고 들여다본다. 속도가 너무 빠른 건 아닌지, 단어를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숨을 고르고 확인하면 된다.

전통은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지속을 위한 약속이다. 설날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형식의 유지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다. 차례상의 크기나 방문 횟수가 아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의 문제다. 설날이 부담이 아닌 쉼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된 명절의 모습을 받아들일 필요성을 느낀다.

결국 설날은 태도의 문제이다. 형식을 지키느냐보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조상의 기억을 잇는 날이고, 누군가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날이다. 형식은 달라졌지만 관계를 돌아보고 마음을 나누는 본질은 유지된다.

이제 설날은 “어떻게 해야 하는 날” 아니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날”이 되었다.

강요된 동일성 대신 존중된 다양성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설날의 변화는 사회가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을 다시 찾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떠올리는 마음, 낮은 곳을 돌아보는 마음, 구석진 곳까지 살펴보는 따뜻한 변화인 것이다.

우리의 명절 설날, 질문을 멈춰서는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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