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로부터 청소년지도자의 처우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이 이달 9일 발의되었다는 소식은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것은 단순한 제도 개선의 예고가 아니라,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구조를 다시 묻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위기청소년 지원 확대, 자립청소년 정책 강화, 학교 밖 청소년 보호 체계 구축과 같은 다양한 정책적 진전을 목격해 왔다. 사회는 점점 더 촘촘한 안전망을 요구하고, 제도는 점점 더 세밀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책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사람들, 청소년 곁에서 매일을 함께 살아내는 청소년지도자의 처우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청소년시설 종사자의 임금이 사회복지사 가이드 라인의 77~9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청소년지도자의 전문성과 책임의 무게에 비해 사회적 보상이 충분히 제도화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열악한 고용 환경과 시설·지역 간 격차는 숙련 인력의 유출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청소년 지원 서비스의 질과 직결된다.
특히 청소년지도사와 청소년상담사 자격 제도가 각각 30여 년, 2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처우와 지위를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독립 법률은 마련되지 못한 채 운영되어 왔다. 이는 전문성과 책임에 비해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장은 오랜 시간 ‘예산’과 ‘행정지침’에 기대어 처우 개선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예산은 해마다 변동하고, 지침은 권고에 머무르기 쉽다. 이제 그 논의를 법률의 차원에서 구조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발의는 여야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정 직역의 처우 개선을 위해 초당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사실은 청소년 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청소년의 삶은 어느 한 진영의 의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안 발의 자체가 곧 변화의 완성은 아니다.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현장의 공기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실질적인 예산 확보,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 수립, 시설 유형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세부 기준 마련 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법은 그저 선언에 그칠 위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입법 퍼포먼스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제도다.
청소년지도자의 처우 개선은 단지 종사자의 권익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곧 청소년의 권리와 직결된다. 숙련된 지도자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어야 관계가 지속되고, 관계가 지속되어야 변화가 가능하다. 아이들의 곁을 오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청소년 정책은 비로소 우리 삶 속에서 힘을 갖는다.
우리는 이번 법안이 또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소비되기보다, 현장의 변화를 견인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임금 수준의 단계적 상향, 고용 안정 장치의 제도화, 전문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청소년을 만나는 일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관계를 짓는 일이다. 그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의 삶이 불안정하다면, 정책은 온전히 뿌리내리기 어렵다. 이제는 그저 “중요하다”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책임진다”는 구조로 제대로 나아가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법안 발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리고 동시에 기대한다. 이 움직임이 선언을 넘어 실천으로, 실천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기를 소망해본다. 청소년지도자가 존중받는 사회는 곧 청소년이 존중받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