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배우는 기다림
사막에서 배우는 기다림
  • 안산뉴스
  • 승인 2026.02.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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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시인

극한의 절망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생명이 있다. 성장을 위한 긴 기다림, 부활초의 인내가 희망의 다른 이름이 되는 순간 우리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정처없이 굴러 다닌다. 돌처럼 바짝 마른 잎이다. 생명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은 덩어리가 비를 만나면,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잎이 펼쳐지고 연두빛 생명이 살아난다. 사람들은 이 식물을 부활초라 부른다. 죽은 듯 보이지만 물을 만나면 잠시 멈추었던 생명의 기능을 다시 켜고 푸르게 되살아 나는 식물, 사막의 기적이다.

우리는 과학적 원리나 자연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기적이라 한다. 부활초는 극한의 건조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멈추는 방법을 터득했다. 생존본능이다. 수분이 사라지면 광합성을 중단하고 세포 활동을 최소화한 채 휴면 상태로 들어간다. 완전한 끝처럼 보이는 긴 시간은 ‘소멸’이 아닌 지리한 ‘기다림’의 시작이다.

살다보면 모든 것이 뒤엉켰다고 느끼는 절망의 순간과 만날때가 있다. 우리는 완전히 끝난 것일까,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축적하고 있는 중일까, 실패, 좌절, 단절의 시간은 어쩌면 다음 기회를 위한 휴면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휴면같은 멈춤을 두려워한다. 달리고 뛰는 경쟁사회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성과가 없으면 실패라 여기고 속도가 늦어지면 뒤처졌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증명해야만 존재 가치가 유지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부활초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생존을 증명한다. 멈출 줄 아는 지혜, 견딜 줄 아는 시간이야 말로 생명의 또 다른 전략임을 보여준다.

이런 부할초의 비밀은 화려하지 않다. 특별한 기회의 순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며 때를 기다리는 인내에서 방점을 찍는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번아웃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요즘, 위기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부활초에게서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배운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고, 후퇴는 패배가 아니다. 잠시 몸을 낮추는 선택이야말로 더 오래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지혜일 수 있다.

우리 각자의 삶에도 그런 시기가 있다.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는 시간, 그때 필요한 것은 조급함이 아니라 신뢰다. 사막 한가운데서도 생을 포기하지 않는 부활초처럼, 다시 펼쳐질 나의 미래를 믿는 일, 오늘을 버티는 힘이 내일을 푸르게 할 것이다.

비는 반드시 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오지 않을 것이라 단정할 이유 또한 없다, 부활초는 확신 대신 가능성에 기대어 갈증을 견딘다. 그리고 마침내 빗방울이 닿는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생을 회복한다. 기회를 믿고 기다린 값진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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