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청소년을 이야기할 때 ‘미래의 주인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말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청소년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 미래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이기 전에 이미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이다. 그리고 시민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청소년운영위원회다.
청소년운영위원회는 ‘청소년활동진흥법’ 제4조에 근거하여 청소년 수련 시설에 설치·운영되는 청소년 자치기구다.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해 청소년이 시설의 이용자이자 주체로서 의견을 제안하고 운영에 참여하는 공식적인 통로다. 청소년들은 이 위원회를 통해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시설 환경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때로는 새로운 활동을 제안하기도 한다. 청소년이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주체’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청소년수련관이나 문화의집을 이용해 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공간이 조금 더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각은 마음속에 머물고 만다. 청소년운영위원회는 바로 그 생각을 공적인 의견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청소년들은 토론을 통해 의견을 정리하고 기관에 제안하며 때로는 직접 활동을 기획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과 공동체의 책임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현장에서 청소년운영위원회를 지켜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조용히 앉아 있던 청소년이 어느 순간 손을 들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해 더 나은 제안을 만들어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변화들이 실제로 시설의 프로그램이나 공간에 반영되는 경험은 청소년들에게 큰 자신감을 준다. 자신의 의견이 세상을 조금 바꿀 수 있다는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청소년운영위원회는 낯선 제도다. 일부 청소년 수련 시설을 이용하는 청소년이나 관계자들만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으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제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고, 그 참여를 응원해 줄 때 비로소 제도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침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단원청소년수련관을 비롯한 안산의 여섯 개 청소년기관에서는 청소년운영위원회를 모집하고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시설을 바라보고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며 청소년의 시선으로 변화를 만들어갈 청소년을 기다리고 있다.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되고 지역사회에는 청소년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소중한 통로가 될 것이다.
어른들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의견을 내고 변화를 제안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청소년운영위원회는 그런 경험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다. 친구들과 토론하고 기관과 소통하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청소년은 자신이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혹시 가까운 청소년수련관이나 문화의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물어보면 좋겠다. “여기 청소년운영위원회가 있나요?”라는 질문 말이다. 그 질문 하나가 청소년의 참여를 넓히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청소년이라면 스스로에게도 질문해 보자. “내가 이용하는 이 공간을 조금 더 좋게 만들 수는 없을까?” 청소년운영위원회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참여의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