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보다 중요한 질문
촉법소년 연령 하향보다 중요한 질문
  • 안산뉴스
  • 승인 2026.04.0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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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호 단원청소년수련관 활동문화팀장

최근 우리 사회는 ‘촉법소년’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수법이 대담해지고 있다는 인식은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자극한다. 일부 사건이 반복적으로 조명되면서 체감 위험은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려는 논의와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처벌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 과연 이 문제의 본질적인 해답이 될 수 있는가.

청소년 범죄의 변화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연령 하향’이라는 단일한 처방이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법무부 및 국내외 연구에서도 형사책임 연령 조정이 범죄 억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본 역시 처벌을 강화했지만, 청소년 범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일관된 결과는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는 낙인 효과가 청소년의 사회 복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처벌이 강해질수록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직관적으로는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실제 현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더 강하게 처벌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이 아이들은 범죄에 이르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이다. 비행 청소년 다수는 위기 가정, 학교 부적응, 또래 관계 단절, 지역사회의 돌봄 공백 속에서 성장한다. 이는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구조적 결핍의 문제에 가깝다. 충분한 지지와 관계 속에서 성장하지 못한 청소년일수록 잘못된 선택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 지점에서 ‘회복적 사법’은 중요한 대안이 된다. 가해 청소년이 피해자의 고통을 마주하고, 관계 회복과 책임 이행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은 단순 처벌보다 재범 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상담, 독서치료, 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청소년이 자기 이해와 공감 능력을 키우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례는 적지 않다. 처벌이 두려움을 남긴다면, 회복의 경험은 변화를 남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처벌 강화가 아니라 환경의 전환이다. 첫째, 사법 체계를 처벌 중심에서 회복과 치유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소년이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게 미친 영향을 이해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 책임을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 기반의 촘촘한 청소년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보호관찰, 상담, 심리 지원, 학업 복귀 프로그램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행 초기 단계에서 개입이 가능해진다. 셋째, 청소년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교육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확인되듯, 많은 청소년은 사회 참여 의지와 공동체 기여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자치활동과 참여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청소년이 어떤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이다. 자신의 목소리가 존중받고, 실패 이후 다시 설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할 때 청소년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선택지가 좁아질수록 극단적인 행동은 더 쉽게 반복된다. 청소년지도사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한 사람이 개인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사회 전체가 그 역할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다. 이들을 처벌의 기준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가능성을 포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제는 ‘얼마나 강하게 처벌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 질문이 바뀔 때, 청소년을 둘러싼 정책과 시선, 그리고 사회의 방향도 함께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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