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해야 할 사람
지금 사랑해야 할 사람
  • 안산뉴스
  • 승인 2026.05.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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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가장 늦게 알아차리는 사랑이 있다.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의 사랑이다. 바쁠때는 잊고, 힘들때는 기대고, 멀어지고 나서야 그 빈자리를 깨닫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 된다.

마음을 나누고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는 가정의 달 5월, 거리마다 다채로운 행사들로 북적인다. 어린이날의 웃음소리, 어버이 날 마음을 전하는 카네이션, 스승의 은혜 감사가 이어진다. 해마다 찾아오는 기념일이지만 올해도 같은 질문 앞에 서보자. 지금 우리의 가정은 평안한가. 정작 우리 마음속 가정 풍경은 예전보다 더 따듯해졌는가.

현대 사회는 숨가쁘게 흘러간다. 오늘날 사회는 눈부시게 편리해졌고 놀라울 만큼 빠르게 순환한다. 손안의 휴대 전화 하나면 세상과 연결되고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한 집에 살아도 서로 다른 공간에서 휴대전화 속 화면을 바라보고 식탁에 마주 앉아도 대화보다 침묵이 길어지는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먼저 가족 해체를 말하기 전에 시대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긴 노동시간, 치열한 경쟁, 불안정한 일자리, 높아진 주거비와 교육비는 가족이 함께할 시간을 빼앗아 간다. 부모는 생계를 위해 지치고 자녀는 미래가 불안하다.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버티며 살아내느라 지쳐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 형태 또한 달라졌다. 다문화 가정, 한부모가정, 1인가구, 조손가정 등 이제 가족은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과거의 틀로 현재의 가족을 재단하는 일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 이제는 혈연을 떠나 서로를 책임지고 돌보는 관계여야만 하고 시대와 문화에 맞게 가족도 정의되어야 한다.

가족의 변화뿐 아니라, 변화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의 인식의 문제도 있다. 여전히 누군가는 전통적 가족관을 고집하고 다른 형태의 삶을 쉽게 판단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제도도, 시선도 함께 바뀌어야만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구조가 가정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제도, 국민연금, 맞춤돌봄 서비스, 치매안심센터 운영 같은 복지정책이 늘고 있지만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또한 방과후 돌봄, 지역아동센터, 다문화 가정 아동지원 등 다양한 복지를 실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딩크족을 선호하는 젊은 부부가 늘어나는 이유를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가정이 흔들리면 사회도 흔들린다. 저출생, 고독사, 세대갈등, 돌봄의 위기 역시 가정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가족의 문제를 사회도 같이 책임지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일 또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내야 할 공동체의 책무이다.

기념일 소비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5월, 카네이션 한 송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외로움을 살피는 일이고 값비싼 선물보다 자녀의 불안을 사랑으로 녹여주는 일이다. 이번 가정의 달에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수고했다” “사랑한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진심어린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가족은 기다려주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 사랑해야 할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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