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올바른 선택
숲의 올바른 선택
  • 안산뉴스
  • 승인 2026.05.2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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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시인

숲도 나무를 인정하는 때가 있다. 바람이 방향을 바꾸고 햇빛이 골고루 비출 자리를 찾을 때 숲은 스스로 중심을 세운다. 어떤 나무를 더 크게 키울지, 어떤 줄기에 기대어 그늘을 만들지를 결정한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인다. 모두가 곧다고 말하고 숲을 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숲은 알아야 한다. 어떤 나무는 햇빛을 독차지하려 위로만 자라고, 어떤 나무는 그늘을 나누며 아래를 살핀다. 어떤 나무는 비가 오지 않아도 버틸 뿌리를 가졌고, 어떤 나무는 물이 마르면 먼저 남의 뿌리를 파고든다. 어떤 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려 메마른 날에도 흔들림 없이 굳건하지만, 어떤 나무는 화려한 색으로 눈길만 끌뿐 속은 비어 있어 작은 바람에도 요동친다. 또 어떤 나무는 키 작은 풀과 새를 품어 함께 살아가고 어떤 나무는 제 그림자만 넓히려 애쓴다.

숲이 건강해지려면 키 큰 나무만으로는 부족하다. 땅을 단단하게 붙잡는 뿌리, 서로를 지탱하는 가지, 빛을 나누는 잎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한 나무의 성장은 곧 숲 전체의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문제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뿌리는 땅속에 숨고. 속은 껍질로 가려진다. 그래서인지 숲은 자주 속는다. 잎이 무성한 나무에 기대었다가 강풍에 그 자리가 텅 비는 일도 겪는다. 그럴 때마다 숲은 현명한 선택을 하리라 다짐하지만, 계절이 바뀌면 잘 잊어버리기도 한다. 겉모습만으로는 숲을 울창하게 할 나무인지, 작고 힘없는 나무까지 살필 줄 아는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숲은 더 오래 바라보고 더 깊이 살피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지나온 시간, 태풍에 어떻게 버티었는지, 가뭄 속에서 물을 나누었는지, 작은 생명을 외면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결과는 오래 남아 숲을 황폐화한다. 잘못 선택한 나무 하나가 햇빛의 길을 막고 바람의 흐름을 바꾸고 결국 주변 작은 생명까지 말라 죽게 만든다. 하지만 단단한 나무는 숲 전체를 살린다. 그 차이를 알아내는 일, 그것이 바로 숲이 해야 할 일이다.

이제 숲은 어제보다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누가 더 화려한지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지, 옆 작은 나무까지 살피고 있는지, 더 많은 생명을 품을 줄 아는지 말이다. 급히 자란 나무는 쉽게 꺾이고 묵묵히 뿌리를 내린 나무는 세월을 견딘다. 한 번의 올바른 선택이 숲의 빛과 그늘을 바꾸고 그 변화는 오랫동안 주변 나무와 새들에게 이어진다. 결국 숲의 선택은 시간 지나 계절이 바뀔 때 증명될 것이다.

시골길을 가다 보면 마을 어귀마다 쉼터가 되어 주는 아름드리나무를 볼 수 있다. 아낌없이 그늘을 내어주는 나무 아래에서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모습은 정겹다 못해 평온해 보인다.

6월 3일, 숲은 다시 선택 앞에 있다. 무성한 잎에만 눈길을 둘 것인가. 보이지 않는 뿌리까지 헤아릴 것인가. 숲이 어떤 나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늘 온도와 푸르름의 깊이는 달라지지 않을까. 마을 어귀 우듬지 나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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