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배우는 아이들, 함께 성장하는 안산
한국어를 배우는 아이들, 함께 성장하는 안산
  • 안산뉴스
  • 승인 2026.07.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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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라영 안산시평생학습관장/안산대 교수

안산시평생학습관으로 다시 돌아왔다. 3대 관장을 지내고 떠난 뒤 시간이 흘러 어느덧 7대 관장이다. 학습관은 여전히 익숙했지만,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직원들도 바뀌었고, 학습자들의 삶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배움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평생교육의 역할이 예전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배우는 시대가 됐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평생교육 진흥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평생교육법은 모든 국민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 평생교육은 특정 세대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누구나 삶의 전 과정에서 누려야 할 권리다.

돌이켜보면 3대 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평생교육 정책과 사업이 성인학습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성인학습 지원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보니 평생교육은 영유아부터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노년층까지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며 훨씬 넓게 확장되어 있었다. 학교와 지역사회, 다양한 기관들이 함께 협력하며 누구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은 평생교육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사업이 있다. 바로 ‘안산KLS한국어교실’이다. 이 사업은 입국 초기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준비 없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운영되는 안산교육지원청 위탁사업이다. 중·고등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한국어 집중교육과 기초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통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역량을 키운다. 단순히 언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우리는 흔히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국어만 빨리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훨씬 복합적이다. 친구들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해 웃지 못하고 발표를 하고 싶어도 발음이 틀릴까 봐 손을 들지 못한다. 급식 메뉴를 읽기 어렵고, 새로운 문화와 학교생활을 익히는 모든 과정이 낯설다. 언어는 시작일 뿐, 그들에게는 관계와 문화, 정체성까지 새롭게 배워야 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역시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면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성장기 학생들에게는 그 부담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렇기에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가 함께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산은 이미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상호문화도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와주는 마음’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자세다. 오늘 교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한 학생은 내일 지역사회의 교사일 수도, 공무원일 수도, 기업인이나 연구자, 그리고 우리의 이웃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의 성장은 곧 안산의 성장이다.

평생교육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사회적 학습이다. 언어를 잇고, 사람을 잇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이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문법을 익히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다.

‘안산KLS한국어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배움 하나가 한 아이의 삶을 바꾸고, 그 아이가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또 다른 누군가를 품어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평생교육이 만들어 내는 가장 큰 가치일 것이다.

평생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교육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교육이다. 그 연결은 결국 한 도시를 성장시킨다. 안산이 앞으로도 서로의 다름을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도시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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