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와 쉼
휴가와 쉼
  • 안산뉴스
  • 승인 2026.07.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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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시인

세계적으로 이상기온 발생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이번 여름도 어김없이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고 있다. 7월 휴가철이다. 뉴스는 고속도로 정체와 해외로 나가는 인파로 인한 공항의 북적임을 앞 다투어 전할 것이다.

휴가의 사전적 의미는 일을 잠시 멈추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오래 기억에 남는 휴가는 의외로 소박하다. 간단한 먹거리를 들고 계곡을 찾고, 모깃불을 지핀 평상에 둘러앉아 수박을 나눠 먹으며 밤하늘 별을 헤아렸다. 해수욕장에서 모래놀이하는 자녀를 보며 바지락을 캐고, 가족들과 밤늦도록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웃고 울던, 특별한 것 없어도 함께라서 오래 기억되는 휴가였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휴가는 소비가 아니라 관계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요즘 세대는 휴가가 시작되기도 전에 피곤하다. 항공권 가격을 비교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맛집과 사진 명소를 찾아 일정을 조율한다. 여행 전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셈이다. 휴가 준비가 노동이 되고 휴가를 다녀온 뒤에는 밀린 업무가 기다린다. 쉬려고 떠난 휴가가 노동이 되는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이제 휴가도 젊은이들 사이에 서로의 삶이 비교되는 경쟁력이 된 듯하다. SNS의 발달로 인증사진과 인생샷이 우선이 된 지금, 사진 한 장을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풍경은 휴가가 더 이상 쉼이 아니라 소비의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휴가철 프리미엄, 럭셔리, 특가 상품으로 소비를 부추겨 성수를 누리는 여행업계가 늘어나는 이유이다. 경제적 현실이 극명하게 갈리는 휴가철이다. 럭셔리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보내는 사람도 있다. 휴식마저 타인과 경쟁하는 시대, 쉼마저 경제력이 결정하는 사회에서 휴가의 본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진정한 휴가는 멀리 떠나는 데 있지 않다. 치열했던 일상에서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가족과 눈을 맞추는 일, 오래 미뤄둔 책을 읽는 일,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일도 삶을 회복시키는 휴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여행지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일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해외여행객은 늘어나지만 번아웃과 우울감을 겪는 사람 또한 줄지 않는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휴가의 본래 의미는 ‘떠남’이 아니라 ‘회복’이다. 앞만 보고 달리다 속도를 잠시 늦추고 지친 마음에 여유를 가지며 그동안 소원했던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인간의 불행은 혼자 조용히 방안에 머물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는 조용히 쉬는 법을 잃어버린 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요일별 봉사와 학생들 지도, 취미생활까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필자도 이번 여름휴가가 기다려진다. 가족과 함께 흑산도와 홍도로 떠나는 기차여행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창밖으로 흘러가는 경치에 흠뻑 빠져볼 생각이다. 차 없이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 벌써부터 설렌다.

올여름 휴가는 얼마나 지친 마음을 쉬게 했는가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몸은 쉬었지만 마음이 더 지쳤다면 그것은 여행이었을 뿐 휴가는 아닌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떠나야 할 곳은 끝없이 경쟁하며 남과 비교하던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거리 두기다. 그 거리의 간극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휴가는 끝나도 피로만 남을 것이다.

휴가가 끝난 후 피로만 남았다면 우리는 잘 쉰 것이 아니라 잘 소비한 것일 뿐이다. 쉼마저 성과가 되고 여행마저 경쟁이 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 말할 수 없다. 때로 쉼의 깊이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이번 휴가는 다시 일상을 사랑할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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