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되면 어김없이 광복절이 찾아온다. 거리에는 태극기가 걸리고, 방송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나 익숙하게 말한다. “8월 15일은 광복절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광복되었을까? 너무 당연한 질문이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나라를 되찾은 날. 아마 대부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광복’이라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광복(光復). 빛 광(光), 돌아올 복(復). 말 그대로 ‘빛을 되찾는다’는 뜻이다. 단순히 억압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의 ‘해방’보다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다시 되찾았다는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온다.
올해로 광복 81주년이다. 81년. 한 사람의 생애를 생각해 보아도 참 긴 시간이다. 광복의 순간을 직접 경험했던 분들은 이제 우리 곁에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 세대만 해도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일제강점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 광복은 교과서와 사진, 영상으로 만나는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광복 81주년을 맞으며 한 가지를 더 묻고 싶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 나라를 빼앗긴다는 것은 단순히 영토를 빼앗기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 나라에서 내 삶을 내 뜻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말과 글, 이름과 문화, 교육과 역사가 억압받았고 개인의 삶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되찾은 것은 단지 나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의 말과 글, 문화와 역사를 되찾았고, 무엇보다 우리의 삶과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되찾았다.
우리는 지금 그 자유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누리며 살아간다. 내 생각을 말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원하는 일을 선택한다. 우리말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평범한 이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을 걸고서라도 되찾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배운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고 하면 흔히 연도와 사건, 인물의 이름을 떠올린다. 하지만 1945년 8월 15일을 기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날을 광복이라고 부르는가’를 이해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잃었기에 되찾아야 했으며, 그것을 되찾기 위해 누군가는 어떤 삶을 살아야 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특히 광복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점점 사라지는 지금, 교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경험으로 기억하던 역사가 이제는 배움으로 기억해야 하는 역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배움은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며, 그 가치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 역시 배움이다.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진다고 해서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야기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 역사는 조금씩 우리의 일상에서 멀어질 수 있다.
아이들에게 광복절이 단순히 ‘쉬는 날’이나 ‘태극기를 다는 날’, 혹은 시험문제에서 ‘1945년 8월 15일’이라고 답하는 날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된다. 왜 그날을 ‘빛을 되찾은 날’이라고 부르는지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본다. 광복은 1945년 8월 15일에 끝난 것일까? 역사적 의미에서 광복은 그날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날 되찾은 자유와 주권의 가치는 우리가 지켜나가야 한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을 줄 알아야 하고, 내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면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감당해야 한다.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삶과 존엄 역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이 81년 전 우리가 되찾은 ‘빛’을 오늘까지 지켜가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이번 8월 15일에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잠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광복되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날 되찾은 것을 잘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
광복절은 과거를 기억하는 날이다. 그러나 기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걸고 되찾아 우리에게 건네준 자유와 주권이 오늘의 평범한 일상 속에 어떻게 살아 있는지를 생각하는 날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소중함을 다음 세대에게 다시 건네주는 것. 그것이 81년이 지난 오늘, 우리가 광복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