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청소년 현장에 단순한 체험이 늘어나고 있다. 진로체험, 문화예술체험, 창의적 체험활동, 디지털체험, 체험부스 등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이 ‘체험’이라는 이름과 함께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만지고, 만들어보고, 직접 해보는 일은 분명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경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체험의 횟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청소년의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청소년활동이 ‘체험’에만 머물지 않고 ‘경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험과 경험은 비슷하게 사용되지만 그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체험이 몸으로 직접 겪어보는 일차적인 사건이나 감각적 자극이라면, 경험은 그 체험을 통해 얻은 감각적 데이터가 자신의 생각과 이성적 성찰과 결합하여 내면화되는 과정에 가깝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해보았는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나의 삶에 무엇이 달라졌는가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체험은 경험으로 완성된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직업체험을 통해 제빵사가 되어 빵을 만들어보았다고 하자. 밀가루를 반죽하고 오븐에 넣어 빵을 완성하는 것은 체험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하나의 음식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깨닫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그때부터 체험은 경험이 된다. 더 나아가 체험 이후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고민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본다면 그 경험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작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청소년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청소년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재미있었어?”라고 묻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무엇을 새롭게 알게 되었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니?”, “그 경험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니?”, “앞으로 무엇을 해보고 싶니?”라고 질문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활동의 완성은 활동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그 활동이 청소년의 삶 속에서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는 순간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의 청소년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의 일부가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보는 손쉽게 얻을 수 있고, 가상공간을 통해 다양한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직접 사람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고, 실패하고, 갈등하고, 협력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제 경험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단순히 ‘해봤다’는 경험의 개수를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며, 실패와 성공의 이유를 스스로 돌아보고,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청소년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따라서 청소년활동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는가보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바라봐야 한다. 몇 명이 참여했는지, 몇 회 운영했는지와 같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한 명의 청소년이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배웠는지 살펴보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체험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이다. 이제는 단순히 몸으로 때우는 ‘체험’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고, 듣고, 만지고, 움직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생각하고, 질문하고, 성찰하고, 자신의 삶 속에 녹여내는 ‘경험’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경험을 개인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보았다. 그의 관점처럼 청소년에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답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일 것이다.
청소년활동은 청소년에게 무엇인가를 해보게 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들이 경험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 되어야 한다. 결국 좋은 청소년활동이란 청소년에게 무엇을 얼마나 많이 경험하게 했는가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배우며,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갔는가로 기억되어야 한다. 체험은 활동의 시작일 수 있다. 그러나 성찰이 더해질 때 체험은 경험이 되고, 경험이 삶에 스며들 때 비로소 성장이 된다.

